[기고]유명조선(有明朝鮮)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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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유명조선(有明朝鮮)에 대한 오해

  • 승인 2007-09-16 00:00
  • 신문게재 2007-09-17 20면
  • 송성빈 유성고 교사송성빈 유성고 교사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추석이다. 지금 산에서는 산소 벌초가 한창이다. 선대의 산소를 성묘하다 보면 묘 비갈에 ‘有名朝鮮國 ○○○之墓`라는 전면대자를 볼 것이다. 그런데 이 ‘有名朝鮮`을 “명에 소속된 조선”이라고 해석, 중국에 대한 사대의 상징으로 얘기한다. 필자는 이를 잘못된 견해라 생각하고 그 오해를 풀고자 한다.

연 전에 필자는 지인과 함께 공주 한산소 즉 한지 한태동 산소에 간 적이 있었다. 그 묘역에 있는 묘갈에 ‘유명조선`이란 구절이 없는 것을 보고, 그는 ‘자주정신이 강한 가문`이라고 하면서, 이 지방 유력가문의 묘역에 유명조선이라고 쓴 전면대자가 많은데, “이는 현재의 우리왕은 버려두고 패망한지 오래된 명나라의 속국임을 강조하고 그 연호를 쓰는 등 수치스런 기록을 자랑하는 듯 후세에 남기고자 하였으니 부끄럽다.”며 굴욕적인 사대주의로 폄하하였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 유명조선이란 구절을 쓴 것은 사대주의의 발로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주정신에서 기인한 것이다. 명나라 때까지는 정통 성리학이 들어오다가 명 말기에 이르러 육구연 왕양명에 의해서 치량지(致良知),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양명학이 유행하다가 만주족의 청나라로 바뀌면서 정통 성리학의 주인이 청이 아니라 조선이 되기 때문이다. 이 구절의 의미는 성리학에서는 명이 있고 조선이 있다는 것이다. 즉 송의 성리학이 명에서 성리학의 정통이 끊어지기 때문에 조선으로 와서 성리학의 도통을 잇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둘째, 명나라가 존재할 때는 유명조선을 쓰지 않았고, 병자호란 이후 썼다는 점에서 유명조선 은 사대주의의 표현이 아니다. 망한 명나라를 섬길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조선은 정묘병자호란에서 청나라에게 굴욕적인 패전을 당했다. 인조는 삼전도에 설치된 투항장에 나가 피가 흐를 때까지 이마를 땅에 조아리는 최악의 수치를 당해야 했던 것이다. 비록 물리적으로 패전하여 청의 신하 국이 되었지만 조선의 식자층으로서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리는 오랑캐 나라 청의 신하가 아니라 명의 신하다.”

그런 자존심의 표현으로 비석 앞에 유명(有明)을 붙인 것이다. 청나라에 대한 나쁜 감정 즉 명나라를 멸망시킨 여진족을 멸시하는 감정과 정묘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청에 대한 적개심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것이 나중에 북벌로 진행된다.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계열 집안의 묘갈에서는 유명조선을 쓰기 시작했고, ○○계열 집안에서는 강희 옹정 등 청나라의 연호를 썼다.

명의 의종의 연호가 숭정인데 명이 망한 이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숭정이라는 연호를 숭정 몇 년숭정 기원후 몇 년이라고 계속 쓴다. 이는 청나라에 대한 악감정과 성리학에 있어서는 청에 대한 우월감을 나타내는 이중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 당시 산림들을 숭정처사라고 하는 이유는 청에 대한 우월감의 표현이다. 동춘 선생이나 우암 선생은 끝까지 숭정이라는 연호를 써서 숭정처사라고 한다. 성리학에서만큼은 불교와 달리 끝까지 숭정이라는 연호를 썼다. 즉 유명조선은 오랑캐(淸)가 중국천하를 차지한 후 중국의 문명은 명나라를 이어 조선으로 옮겨왔다는 의미로 춘추대의정신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왕조시대에는 “주상전하 만만세!”, 일제 강점기에는 “천황폐하 만만세!”, 건국 이후에는 “대통령각하 만만세!”로 외쳤다. ○○계열을 반대하기 위한 방책으로 중화주의를 사대라고 하는데 강희 연호를 쓴 사람들이 진짜 사대주의자이다. 명의 연호를 쓴 것은 중화 전통 즉 보수층이다. 명이 강했을 때는 명으로 붙고, 청이 강했을 때는 청으로 붙고, 미국이 강할 때는 미국으로 붙는 것이 진짜 사대가 아닌가? 따라서 유명조선은 결코 사대의 표현이 아니라 오히려 조선 자주정신의 표현이며 춘추대의 정신의 표현임을 알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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