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논단]‘짝퉁 학벌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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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짝퉁 학벌사회’

  • 승인 2007-09-13 00:00
  • 신문게재 2007-09-14 20면
  • 조세형 건양대 기업정보관리학과 교수조세형 건양대 기업정보관리학과 교수
최근 매스컴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학력위조 사건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학계에서 출발한 파장은 방송연예계, 문화예술계, 공직사회 심지어 종교계까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학력을 위조한 개인의 부도덕성을 비난하는 여론도 있지만, 능력을 갖추고도 학벌에 가려 경쟁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현실에서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는 동정론도 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학벌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위 짝퉁이라고 부르는 가짜 명품의 소비성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짝퉁 명품은 실제 내용보다는 겉치레를 중시하는 풍토와 자기과시욕이 낳은 브랜드위조인 것이다. 가끔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분명히 국산차인데 엠블럼은 외국 명차의 것을 붙이고 다니는 광경을 보곤 한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 이해도 가고 안쓰럽기도 하다.

학벌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겪게 되는 학력콤플렉스는 일부 특정인들에 대한 열등감에서 비롯된다. 심리학자 아들러가 제시하듯이 이러한 열등감을 건강하게 극복하여 자기 성장의 심적 동력으로 승화하는 것이 필요하나,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짝퉁이라도 좋으니 가짜 학력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에 부도덕한 사기행각을 벌이게 된다. 짝퉁 상품이 범람하면 건전한 기업경쟁에 피해를 주듯이 짝퉁 학력은 공정한 인재경쟁에 왜곡현상을 가져오게 된다.

많은 경우 우리는 비록 학력은 낮지만 훌륭한 업적을 이룩한 사람들을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에디슨, 찰리 채플린, 빌 게이츠, 임권택 감독, 양대에 걸친 전·현직 대통령 등 많은 인물들이 학력의 힘이 아닌 노력과 능력으로 인정을 받고 나름대로 성취도 이루었다. 물론, ‘역시 가방끈 짧은 사람은 무언가 문제가 있어`라고 빈정대는 사람들도 있지만 더 좋은 학력을 갖고도 그만한 성취를 이루지 못한데 대한 또 다른 콤플렉스일 수 있다. 대학 졸업장도 없는 사람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풍토였다면 오늘날 빌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적합한 인물인지를 판단하는 지표로서 학력을 사용하는 것이 무조건 잘못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학력은 한 사람이 해당 분야에서 기울인 노력의 역사를 보여주며 건전하게 경력경로를 밟아 왔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다만, 학력이 필요 없는 분야에서 조차 학력이 중시되는 풍토는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석·박사과정을 지도하는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선행적 경험을 제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높은 학력이 요구될 수 있다. 대학에서도 분야에 따라서는 학력보다 실무 능력을 보고 교수를 뽑는 추세에 있다. 연기자는 연기력이, 가수는 가창력이 중요하지 학력의 높고 낮음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실속 없이 겉치레만을 중시하는 풍토는 짝퉁 문화를 부추길 뿐 이다.

사회과학의 결정론(determinism)에 따르면 모든 것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으며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일정한 요인에 의해 현상이 결정된다고 본다. 인간의 특성 및 행동을 자유 선택이 아닌 다른 요인에 기인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학력위조 사건을 개인차원의 부도덕성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차원에서 겉치레 풍토나 학벌중심의 평가제도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볼 수 있다. 물론, 개인의 도덕성 회복과 철저한 검증시스템의 도입도 필요하지만 근본적 치유를 위해서는 사회차원에서 학력보다는 실력이 중시되는 분위기의 확산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평가시스템의 개선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창업 이래 단 한 번도 적자를 내본 적이 없고 아메바조직으로 유명한 교세라그룹의 이나모리 회장은 인생과 조직의 성공법칙으로 ‘능력×노력×태도`를 들었으며 우선순위는 태도, 노력 그 다음이 능력이라고 보았다.짝퉁 학력사태에 휘말리고 있는 작금의 상황 속에서 우리들 모두 의미 있게 새겨볼 대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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