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상근 밀알복지관 관장. 밀알연합의원 원장 |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급하게 음식점에 문을 박차고 들어오자마자 ‘음식 빨리 되지요 나 급하니까 빨리 주세요` 하며 앉기가 무섭게 음식을 시키며, 중국집 주인 역시 ‘예, 예, 금방 됩니다.` 하고는 금방이 한참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음식이 나오면 금방 후루룩 뚝딱 해치우고는 도망치듯 나가므로 손님의 순환(turn)이 빠르다는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프랑스 같은데서 식사 한 번 하려면 몇 시간이 걸린다지 않는가?
예전에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며칠 걸려서 가던 서울 길을 이제 한 시간 안에 안방처럼 드나드는 시대가 되었다.
일 전에 IT에 관계하시는 어떤 분과 환담을 하면서 현재 각광을 받고 있는 IT계통의 일을 하셔서 좋으시겠다는 덕담을 건넸더니 그 분은 정색을 하시는 것이었다. 이유인 즉은 물론 그런 점도 있으나 자기 직종은 명예퇴직 시기도 빠르다는 것이었다. IT산업이 급속하게 변하기 때문에 두뇌회전이 빠른 젊은이들이 빠르게 유입되어 금방 도태될 위험성이 많다는 것이었다.
나도 역시 토종 한국인이므로 빠른 것을 좋아한다.
일부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너무 급속히 성장하느라 기본에 충실치 못했으므로 너무 빠르게만 하면 안 된다는 애정 어린 충고로 있고, 너무 빠르게만 하려해서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같은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물론 그런 점도 있으나 나의 한편 생각으로는 빨리 빨리 문화 때문에 우리나라가 세계 최빈국에서 가장 빨리 중진국 이제, 선진국 대열로 진입하는 원동력도 되었다고도 생각한다.
이제 지나갈 것 같지 않던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 선선함이 우리의 가슴도 시원케 해주고 있다. 바야흐로 환절기, 호흡기 질환이 기승을 부린다. 이때가 되면 나는 하늘에 자그마한 소원의 기도를 드린다. 환자들이 우리 빨리 빨리의 문화처럼 빨리 빨리 병원을 찾게 해 달라고. 왜냐하면 날씨 변화에 가장 민감한 것이 호흡기이기 때문이다.
우리에 몸은 날씨가 추워지면 난방기의 코일이 덥혀지듯이 코의 점막이 충혈되어 들어오는 공기를 덥혀주고 뜨거운 국물을 먹으면 역시 코의 점액이 나와 식혀주어 폐 안에 들어 갈 때는 체온화 되어야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자동조절되어 있는데 이런 역할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과부하 상태가 우리 몸이 면역력이 높으면 그냥 낫게 되기도 하나 그렇치 못하면 계속 다른 부분도 이상을 초래하게 되어 폐렴, 중이염, 부비동염 등 합병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즉 질환은 하루 이틀 경과를 보아서 증상이 계속되거나 더 심해지면 다른 이상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아야 하므로 가능하면 오래두지 않는 것이 환자에게나 의사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또한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기본정신은 누구나 쉽게 진료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엔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러 가지로 복이 많지만 비용 효과 면에서의 의료혜택은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못 막는다고. 자장면 집에서는 번개불에 콩 볶아먹듯 하면서 병원에 진료 오는 것은 왜 그렇게 며칠씩 기다려서 병을 악화시켜 오는지, 병이 한참 진행되어 와서는 왜 그렇게 급한지, 하루 이틀에 병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철새처럼 옮겨 다니다 낫는 병원이 명의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공평한 것을 좋아한다. 어떤 일은 재빨리 하면서 어떤 일은 게으름을 피운다면 공평한 처사가 아닐 것이다. 세계에 빨리 빨리란 말을 수출한 우리 민족답게 건강검진이나 진료도 빨리 빨리 챙겨서 더욱 건강한 삶을 누리고 건강 선진국 대열에 빨리 빨리 진입하기를 우리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는 한사람으로서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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