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야기]노후는 여생(餘生)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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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야기]노후는 여생(餘生)이 아니다

  • 승인 2007-09-12 00:00
  • 신문게재 2007-09-13 21면
  • 오종남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오종남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
어린 시절, 우리는 동네의 환갑잔치를 손꼽아 기다렸다. 환갑잔치는 그야말로 동네잔치였다. 1960년에 평균수명이 52세였으니까 60세를 넘긴다는 것은 큰 잔치를 벌일 만큼 경사스런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지금은 환갑잔치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1975년에 이미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이 64세에 달해 별 탈 없으면 누구나 다 맞이하는 환갑인데 특별히 잔치를 하며 축하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기 때문이다.

45년 동안 수명 25세 이상 늘어

2005년에는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이 이미 78세에 달해 이제는 ‘예로부터 아주 드물다`는 뜻에서 고희(古稀)라고 부르는 칠순(七旬)잔치조차도 눈치보아가며 해야 할 세상이 되었다. 이렇게 평균수명이 45년 동안에 25세 이상 늘어났다.

특히 여성의 평균수명은 2005년에 81세를 넘어 74세인 남성보다 7세가 더 많다. 이렇게 여자 수명보다 남자 수명이 짧은 것은 왜일까? 1962년,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으로 시작된 개발연대에 남자들이 직장에서 받은 심한 스트레스와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의 과도한 음주와 흡연이 원인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평균수명은 우리에게 중대한 암시를 주는 숫자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충 평균 70세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통계를 통해 대략적으로 보더라도 50대 이하인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것 보다 15년 이상은 더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은 노후대비에 커다란 구멍이 뚤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모아 놓은 것을 모두 다 써버린 후에 특별한 수입도 없이 15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한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생명표는 지금 우리에게 그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으며, 2018년에는 고령사회,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심각한 점은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 또는 초고령 사회로 진행하는 속도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다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옮겨가는데 프랑스는 115년, 미국은 71년, 영국과 독일은 각각 47년과 40년이 걸렸고 이제까지 세계 기록으로 꼽히는 일본조차도 24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일본보다 6년이나 빠른 18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가 다시 한 번 세계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문제는 나라의 장래가 걸린 문제이며, 이의 해결에는 적어도 한세대가 걸린다. 따라서 미리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제가 코앞에 닥친 후에 허겁지겁 대응해서는 이미 때가 늦다.

이러한 고령화로 인해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고, 생산연령인구의 노인부양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그리고 노동력의 고령화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노인과 젊은이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는 사회문제도 발생할 것이다.

고령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사회에서는 노인들의 역할 상실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공동체 의식을 배양하고, 경제적으로 곤궁한 노인을 위한 재취업과 노후 연금제도를 확충해야 한다.

`자식보험`서 `자기보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부모는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 자신의 노후를 자녀들에게 의탁하는 소위 ‘자식보험`을 들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이러한 자식보험에 노후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자식이 부모를 모시려 하지 않거나 또는 모시고자 해도 모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52세까지 사시는 부모를 6명의 자식이 모시는 일과 한 두 명의 자식이 90세까지 사시는 부모를 모시는 일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후자가 어렵지 않겠는가?

그러면 사회가 노후를 책임지는 ‘사회보험`에 의지해야 하는데 당분간은 이 사회보험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사회보험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은 지금보다 두세 배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데 세금을 더 내는 일에는 모두가 반대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자기보험.` 즉 자기 자신이 열심히 저축하여 노후에 대비하는 방법뿐이다. 지금까지 파출부를 하면서, 또는 빚을 내가면서까지 자식들 교육에 쏟아 부었던 투자를 절반으로 줄이고 이제는 나머지 반을 자신의 노후를 위한 투자로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일이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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