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매화 보령 미산초 교사 |
하루 일과가 시작되기 전에 “나는 소중하다.”, “나는 특별하다”를 외치는 소리가 교실 밖으로 울려 퍼진다.
농어촌 벽지학교! 이곳도 예외 없이 많은 학생들이 여러 가족의 형태로 살아간다. 티 없이 맘껏 뛰어놀고, 밝게 자라야할 나이에 크고 작은 아픔을 안고 옹이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무표정하며 말을 하지 않는 아이, 자신감을 잃고 약자가 되어 이유 없이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고, 목욕을 시키면 먹물처럼 땟물을 흘러내리는 아이들……. 그 어려움 속에서도 맑은 눈, 따듯한 마음, 밝은 웃음을 잃지 않음은 특별한 희망의 씨앗이 숨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표정하고 말을 하지 않는 00로 인해 고민도 많았다. 어떻게 하면 00마음 문을 열수 있을까? 얼음처럼 차가워진 마음을 녹이는 것은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안아주면서 ‘오늘 아침에 무엇을 먹고 왔어?` 하고 물어도 대답이 없다.
“오늘은 머리끈이 너무 예쁘구나” 하고 매일 말을 걸어도 3월 한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입을 열지 않고 있지만 무표정한 표정은 따듯함으로 생기가 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친구들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톨이였기에 일기장을 통해 00가 좋아하는 공부짝을 물어 바꾸어 주었다. 어느날 교무실을 다녀왔더니 교실을 쓸고 있었다. “00야, 00가 청소를 해줘서 고마워”하고 꼬옥 안아주었더니 들꽃처럼 환하게 웃는다. 다시 가슴에 따듯하게 안아주면서 “최고다” 하고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 주었다. 그때 “선생님, 교실이 너무 지저분해서 쓸고 있어요” 하고 말문을 열었다.
내 스스로 감격해서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그런데 선생님 왜 울고 계셔요? 00가 말을 해서 기뻐서 눈물이 나오는 거란다. 그럼 매일 매일 말할께요” 이렇게 우리의 특별한 사랑은 시작되었다. 시간 틈틈이 곁에 다가와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하고 일기도 건넨다. 일기에는 `항상 사랑한다, 최고, 멋지다, 공부도 너무 잘했어`라고 써준다. ‘공부는 못하는 데요?`라고 다음날은 써가지고 왔다. ‘00는 공부도 잘한다` 라고 커다랗게 써주었더니 “선생님, 저 공부 정말 잘하는 거예요?” 하고 묻는다.
“음 아주 잘하고 있어” 공부시간에도 열심히 듣고 주어진 과제에도 열심이다. 교실을 하루도 빠짐없이 스스로 청소하는 00를 보면서 반 아이들도 따듯한 미소로 바뀌어간다. 웃음도 많아졌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수학문제도 모르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친구들에게 물어보는 00의 변화된 모습을 바라보면서 사랑의 힘이 얼마나 특별함으로 다가 오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디지털, 글로벌시대! 하루가 초고속으로 질주하는 세상! ‘1등만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라는 절박한 외침 속에서……. 오늘도 1등만이 살아남는 교육이 아니라 꼴찌까지도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날 수 있는 특별한 사랑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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