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종 대전시 치과의사회 공보이사 |
그나마 인연이라면 고등학생일 때 대전 공군부대에 근무하시던 형을 면회 왔다가 찐한 서산 사투리를 쓰시던 아저씨를 만나서 전라도와 충청도 사투리로 이야기 하면서 서로 웃었던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나에게 우연인지 필연인지 대전 아가씨를 소개 받아 만나서 결혼하고 또 대전에 치과를 개업하면서 대전이 내 삶의 터전이 되었다.
아들과 딸 하나씩 두 명의 자식이 생겼고 내 명의의 아파트를 구하였다. 그리고 한화 이글스와 대전 시티즌의 승패에 웃고 우는 아들을 보면서 어느새 내가 대전 사람이 되어 버렸네 하고 생각한다. 내가 태어나고 나를 키워 주었던 전라도가 아버지라면 대전은 어머니와 같다. 나의 반려자를 만나게 해주었고 또 아이들을 만들어 주었으며 삶의 터전도 선물해 주었으니 말이다.
14년 정도 길지는 않았지만 대전에서 살아 오면서 느낀 대전은 다른 지방과는 차별화된 특별함이 있다. 전라도, 경상도 같은 강렬한 개성은 없지만 모든 것을 품에 안아서 보둠어 버리는 평범함 속에 비범함 숨겨놓은 도시이다. 또한 서울말처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부드러운 악센트의 대전 말투는 듣는 이를 편안하게 하면서 경계심을 늦추게 하여준다.
이와 같은 대전의 장점이 타지방 사람들을 쉽게 대전으로 끌어 들여서 정착을 하게 도와주고 또 자기 고향의 특색을 가지고 와서 섞이면서 독특한 대전의 음식과 풍습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이들 숙제를 도와주다가 알게 된 대전의 육미(六味)와 삼주(三酒)에서 그 특징을 볼 수 있었다. 구즉의 묵을 제외하면 나머지 음식-숯골 냉면, 대전역의 곰탕, 대청호 매운탕등-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대전에 와서는 독특한 맛과 특색을 가지면서 대전의 음식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 진게 아닐 것이다. 아마 예전부터 우리나라의 한 가운데에 위치함으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게 되는 사통 발달한 지리적 위치에 기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대전은 발전을 더욱 가속화 시키는 것 같다. 1990년대의 대전은 엑스포를 정점으로 과학, 기술의 중심지로써 발전 하더니 요즘은 문화 예술 시설이 확충 되면서 문화 예술의 도시가 되어 가고 있다.
조금 있으면 행정도시가 완성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전은 행정, 문화, 과학이 하나가 된 멋진 도시가 될 것이며 다가올 21세기에는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중추 도시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것은 대전이 가진 모든 것을 포용할 줄 아는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비범함이 이 모든 것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가 될 것이 분명한 미래에는 대전의 성격은 더욱더 빛날 것이다. 반면 최근 대전은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것 같다.
대중교통의 눈부신 발전과 인터넷의 이용이 보편화 되면서 서울에 의한 경제 예속화와 부의 탈출을 걱정하는 기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지역경제가 어려움에 처하여 있어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물 및 현상에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대중교통의 발전과 인터넷이 경제 예속화와 부의 탈출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전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한다면 반대로 경제를 키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와 집값을 홍보하여 서울로의 출.퇴근을 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대전 정부 청사로 발령이 나거나 연구 단지의 연구원으로 아무런 연고 없이 서울에서 내려온 고등학교 후배들이 서울로 재발령이 나면 난색을 표하는 것을 가끔 보아 왔다. 또한 발달한 대중교통과 숙박시설은 많은 학술대회 및 모임을 대전에 유치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비관적으로만 생각 하지 않고 대전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시민모두가 노력 한다면 좀 더 나은 대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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