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밥상에 오르는 쌀도 예외는 아니다. 묵은쌀을 햅쌀로 또는 산지를 바꾸는 등 ‘의심의 덫`이 놓여 있다. 지난해부터 시중에 수입쌀이 판매되고 있다. 지난 2004년도에 정부의 쌀 관세화 관련 협상 결과 2005년부터 2014년까지 관세화 유예를 10년간 연장하는 대신 지난해부터 수입쌀을 시판하게 되었다.
정부는 2014년에는 시판 쌀 수입량이 122,610톤으로 국내 쌀 소비량의 3.7%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도 수입쌀이 농수산물유통공사를 통해 공매되고 있는데, 중국 쌀의 경우 우리 쌀의 80% 수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투명한 양곡유통제도를 마련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고자 양곡관리법을 개정하여 한층 강화된 양곡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양곡표시제는 생산자에게는 품질향상을 유도하고, 소비자에게는 정확한 품질정보를 제공하여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제도로써, 포장하여 판매하는 쌀은 의무표시사항인 품목, 생산연도, 품종, 중량, 원산지, 도정연월일, 생산자를 포장지에 표시하여야 한다.
특히 이 중 품종명 표시에 대해서는 지난해 말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올해 1월 1일부터 본격적인 단속을 하고 있는데, 포장지에 표시한 품종과 다른 품종이 20% 이상 섞이면 쌀을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업체는 처벌을 받게 된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쌀 대부분이 ‘품종명`을 표시하지 못하고 ‘일반계`로 표시하는 것은 품종순도 80%를 지켜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해 10월부터 연말까지 농진청 작물과학원과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품종명 표시를 본격 시행하기에 앞서 RPC(미곡종합처리장)를 대상으로 대표 브랜드 쌀 1점씩을 제출토록 하여 총 239점에 대한 다른 품종 혼입률을 검정한 결과 품종 혼입률이 20%를 초과한 브랜드가 33% 정도인 80점이고 다른 품종이 절반 이상 섞인 브랜드도 13%에 이르렀다.
우리의 양곡 보관시설과 도정시설을 고려해 볼 때 어느 정도 다른 품종이 혼입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단지 시설여건이 좋지 않은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언가 석연찮다. 그동안 정부는 RPC와 농가에 지역 실정에 맞는 2~3개 품종을 자율적으로 선정, 계약재배를 통한 쌀 품질 고급화를 주문해 왔다. 그러나 일부 농민이 계약사항을 준수하지 않거나, RPC가 관리를 다소 소홀히 하는 등 품종순도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품종 순도를 확보하려면, 우선 농민들에게 순도가 높은 보급종 종자 공급을 확대해야 하고, 육묘에서 수확까지의 철저한 관리 그리고 RPC 등 양곡 생산업체는 품종이 섞이지 않도록 가공 및 보관시설을 확충하는 등 생산단계부터 수확 이후까지 관리를 철저히 하여야 할 것이다.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어 국회 비준만을 남겨 놓고 있다. 이제 수입개방은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 농업이 국민에게 먹을거리의 공급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몫이 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누가 어디에서 생산했는가?`보다는 ‘얼마나 안전하게 재배했는가?`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농민도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언제까지나 정부가 양곡정책을 주도해 나가기를 원하기보다는 농업인 스스로 미질 향상을 위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친환경농법을 실천하는 등 소비자 기호에 맞는 맞춤형 고품질 쌀을 생산하고, 품종명을 비롯한 양곡표시를 정확히 함으로써 우리 쌀의 경쟁력을 높여 소비자가 믿고 우리 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양곡표시제는 양곡 유통의 투명성 제고는 물론 쌀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알권리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제도이다. 더구나 수입쌀이 시판되는 국내 양곡시장에서 품종표시는 수입쌀에 대응한 우리 쌀의 품질 고급화의 척도이다. 이를 위해선 농민과 양곡 생산업자들의 특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우리 농산물품질관리원의 역할은 더없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양곡표시제가 조기에 정착되어 소비자들이 ‘의심의 덫`에 노출되지 않도록 온 힘을 쏟을 것을 지면을 빌어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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