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잊지못할 선생님, 줄리어스 베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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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잊지못할 선생님, 줄리어스 베이커

  • 승인 2007-09-09 00:00
  • 신문게재 2007-09-10 20면
  • 최나경(미국 신시내티 심포니 플루트 부수석)최나경(미국 신시내티 심포니 플루트 부수석)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한국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던 어느날 다급하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줄리어스 베이커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멍하고 있다가 어린 아이처럼 소리내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나 존경했던, 그리고 나를 너무나 아껴주고 사랑해주셨던 베이커선생님이셨는데! 선생님과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그렇게 가셨다는 사실에 표현할 수 없는 극심한 슬픔과 야속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당장 다음날 아침,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베이커 선생님의 장례식에 이렇게라도 가지 않으면 정말이지 평생을 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베이커 선생님과 처음 레슨이 있던 때를 기억한다. 플룻계의 살아있는 전설을 만나게 된다는 기대와 두려움에 전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 베이커 선생님은 사진으로 접했을 때보다도 훨씬 더 기품이 있는 인자한 여든셋의 할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계셨다. 내 연주를 들으시더니 "잠깐만, 네 정체가 도대체 누구냐? 커다란 센세이션이다. 너는 이다음에 세계적인 스타가 될 것이다."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고, 그렇게 베이커 선생님과의 수업이 시작됐다.

베이커 선생님은 특별한 레슨 철학을 가지고 계셨다. 무엇이든지 내가 해석하는 방식을 존중해주시며, 네 스스로가 느끼는 해석이 가장 옳은 음악이라고 하셨다. 음악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하고, 그것을 토대로 결국 가장 좋은 선생님은 결국 네 자신이라고 가르치시며 음악과 나, 그 사이에서의 진정한 자유를 허락해주셨다.

매주 목요일이면 아침식사에 초대해주셨다. 잠 많던 십대에 아침 7시까지 나간다는 것이 부담이 됐지만, 베이커 교수님과 친구처럼 이런저런 얘기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내게는 또 다른 기쁨이었다. 때로는 뉴욕 근교에 있는 선생님 댁에 초대해주시기도 하면서, 인생 스승님으로서, 어떻게 보면 친할아버지처럼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셨다.

내 연주에 대해 끊임없이 칭찬해주시며 내 안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려고 많이 노력하셨던 것 같다. 레슨 다음날이면 어제 네 연주가 너무 좋아서 아직도 생각난다고 음성 메세지를 남겨주시기도 하셨고, 일찍 주무시는 분이셨는데도 내 연주가 있는 날이면 사모님과 함께 반드시 오셔서 나보다도 더 흥분을 하시며 좋아하시던 기억이 난다.

요즘도 문득 베이커 선생님 생각에 가슴 한 켠이 아련하게 느껴지는 때가 많다. 그와 공부했던 4년 동안에 서서히 내 음악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그 자신감이 나만의 음악, 나만의 연주 스타일, 그리고 나만의 색깔을 찾는 데에 큰 몫을 하게된 것 같다. 내가 그 전설적인 플루티스트의 마지막 제자라는 사실에 많은 사명감과 책임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해서, 그가 만약 지금의 나를 보고 있다고 해도 변함없이 뿌듯함을 느끼게 해 드릴 수 있는 제자가 되는 것이 나의 소박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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