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울리는 실화의 감동
혈육은, 또 뿌리는 무엇인가…
다섯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제임스 파커(다니엘 헤니).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핏줄에 대한 그리움은 떨칠 수 없다. 부모를 찾기 위해 주한미군에 자원한 그는 한 방을 쓰는 동료의 도움으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모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마침내 친부모임을 자처하는 황남철(김영철)과 만나게 되는데. 황남철은 놀랍게도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였다.
실화의 힘은 크다. 감동을 바탕에 깔고 있다면 그 힘은 더 커진다. 2003년 11월 TV 다큐멘터리로 방영돼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던 그 스토리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여섯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애런 베이츠. 22년 뒤 그가 찾은 아버지는 사형수였다.
영화는 다큐의 흐름을 좇아간다. 황동혁 감독은 영화적 각색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야기 자체가 워낙 극적이고 감동적인 탓에 디테일상의 작은 변화만 주었을 뿐 큰 줄기는 그대로 가져간다. 무겁고 잔잔해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재미는 덜한 편이다.
‘마이 파더`의 미덕은 과도하게 감정을 이입하기보다 파커의 심경을 담담하게 묘사하려 한다는 것. 교도소에서의 첫 부자상봉. 그토록 그리던 아버지를 처음 본 파커의 표정에서 북받치는 감격보다 어색한 침묵과 경계하는 낯빛이 흐른다. 감정이 극단으로 치닫는 순간, 정전이 일어날 것 같은 심리적 진공상태를 절묘하게 잡아냈다. 이 같은 담백한 연출은 눈물샘을 자극하기보다 가슴을 울려 저리게 한다.
혈육의 의미는? 본질은 무엇일까. 비록 사람을 죽인 사형수지만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사랑했고, 엄마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겨주기 위해 진심으로 애쓰는 마음임을 영화는 들려준다. 아버지 남철의 대사, “사랑하는 사람은 죽어서 멀리 가는 게 아니야. 이 가슴속으로 가는 거야”인 거다.
다니엘 헤니는 배우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기쁨, 슬픔, 애잔함, 울분이 뒤섞인 굴곡진 표정이 잘 생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헤니의 눈물연기를 보고 싶은 팬들은 놓치지 마시길. 15세 이상.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