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즐거운 인생-이 땅의 40대여 활활 타올라라!

감독:이준익, 출연:정진영, 김윤식, 김상호

이준익 감독은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다듬어 내는 재능이 있다. 무엇보다 매만지는 손이 따뜻하다. ‘즐거운 인생`에서도 그의 재능은 빛이 난다.

활화산처럼 불타오르고 싶지만 현실에 갇혀있는 40대 가장들의 록밴드 결성기. 은행에서 잘린 뒤 아내 눈치 보며 사는 기영(정진영), 택배로 대리운전으로 생활비를 버는 성욱(김윤식), 기러기 아빠 혁주(김상호). 대학시절 록밴드를 함께 했던 상호의 장례식장에서 얼굴을 마주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니, 더 늦기 전에 꿈을 찾자. 상호가 맡았던 보컬은 그의 아들 현준(장근석)으로 채우고 ‘활화산`이란 이름 아래 다시 뭉친다.

실제로 악기를 연주하는 중년 배우들의 모습이 백미. 결코 성공하기 힘든, 심지어 상상으로만 가능할 것으로 여겨질 법한 이야기가 현실감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말로 공연을 하는 것 같은 배우들의 들뜬 얼굴은 영화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설득력을 부여한다.

이 땅의 40대. 고개 숙인 남자들. 하지만 착한 아들, 성공한 남편이자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안간힘을 써온 그들. 남자로 태어난 죄 아닌 죄로 그만큼 열심히 살았으면 할 만큼 한 거 아닐까. 자기 자신을 위해 한번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놔주자. 제일 좋아하고,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할 수 있도록 배려해줄 때도 됐다. 브라보! 브라보! 아빠의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