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늘푸른 소나무 닮은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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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늘푸른 소나무 닮은 버팀목

  • 승인 2007-09-05 00:00
  • 신문게재 2007-09-06 20면
  • 이해준 공주대학교 교수이해준 공주대학교 교수
여기저기에서 가치교육의 부재와 도덕성의 상실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초등학생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는 충격적 뉴스, 부모를 고의로 집밖으로 내치는 파렴치한 것들, 몇 푼의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일도 다반사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게 된다.

나는 이 글에서 모두가 한마디씩 잘난 척 하여 보지만 백약이 무효인 우리의 교육현실, 그 책임과 문제점을 거론하려는 것이 아니다. 과연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수 있겠는가? 모두가 잘못을 저지른 공범자이고, 책임을 방기한 조연들이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쳤니?` ‘선생이 그렇게 하라고 하더냐` 라는 추궁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닐 듯하다. 그러나 일만 터지면 교육부나 교육계를 지탄하는 것은 솔직히 야속하다.

물론 학교 교육이 책임의 일부 몫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수요자인 학생을 제쳐놓고, 학교교육의 궤도를 변형시키는데 일조하여 온 사회와 학부모들이 더욱 큰 책임을 느껴야 한다. 편달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스승의 존귀함을 진흙구렁에 밀어 넣고, 성적 올리기와 입시로 줄 세우기를 한 그 몫 말이다. 그러고도 인간성, 가치관, 정신교육의 부재를 교육 현장에만 책임지우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우리의 과거로 돌아가 보자. 그러한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참 교육들은 학교보다도 공동체적 문화 기반인 마을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전해지는 교육, 할아버지가 손자를 끌어안고 가르치는 교육도 있었다. 며느리는 시집의 새로운 가풍을 전수 받기 위한 모진 시련을 감내하여야 했고, 농사꾼들은 농사꾼대로 또 나무꾼도 그들 나름의 문화 전수 방법이 있었다. 마을의 어른들은 하나같이 동네 아이들의 스승이었고 규율 부장이었다. 즉 전통사회에서는 공동체 문화기반 위에서 다양한 문화교육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고, 또 그 효용성이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학교 밖의 문화교육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매우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서구식의 학교교육이 일반화되면서 그러한 전통적 문화교육의 모습은 점차 의미를 상실하여 갔고, 이제는 더 멋지게 포장된 고급이론들에 의하여 맞설 수 없는 무용지물처럼 의미와 가치가 평가절하 되었다. 과연 이것이 올바른 것이고, 당연한 것일까? 결코 아니다. 교육은 가정과 사회와 학교가 표리관계 속에서 때로는 역할 분담을 하고, 때로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참으로 그러면 안 되지만, 만약 학교교육에서 이러저러한 문제가 많다면 일단은 학교 밖의 교육이 오히려 더 싱싱하고 씩씩해야 한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 자식들이고, 그들이 바로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좀 격한 말이지만 그러다 보면 생각 있는 학교 교육이 곁눈질을 하거나 참을 수 없어 제 길을 걸어갈 때까지, 그때까지 과거가 그랬던 것처럼 가정과 사회에서 우리 문화의 교육을 좀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 남의 자식이 나의 자식을 나쁜 곳으로 빠트리고 물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자식이 바로 그 장본인 일 수도 있고,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 바로 부모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인 것이다.

이 방황과 혼돈의 우리 현실을 지키고 이끌어 줄 버팀목은 과연 누구일까? 한치 앞도 가리지 못하는 정치인도 아니고, 외국물 많이 먹은 유학파 신지식인도 아닌 것 같다. 그런가하면 유명한 목회자나 스님들도, 또 이름자나 알려진 철학자도 이런 우리의 현실을 지켜내기에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이일을 어쩌란 말인가. 그러면서 나는 이쯤에서 지금은 정말 늘 푸른 소나무처럼 그렇게 푸르고 굳게, 마을과 가족과 사회를 지켜주시던 할아버지가 그리워진다. 가정의 어른, 사회의 어른이 정말 필요한 세상이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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