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화려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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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화려한 휴가

  • 승인 2007-09-05 00:00
  • 신문게재 2007-09-06 21면
  • 김익중 대전서부경찰서장김익중 대전서부경찰서장
필자는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끔씩 지인들과 퇴근 후에 술잔을 기울이곤 한다. 남들은 공무원을 철밥통에 비유하면서 정년이 보장된 직장이니 명태(명예퇴직), 황태(황당한 퇴출), 사오정(사오십 대에 정년) 걱정할 것 없고 연금이 꼬박 꼬박 나오는 직장이니 노후 걱정 안 해도 된다면서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기야 요즘 들어 취직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고 공무원 모집 시험에 많게는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것을 보면 애써서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공무원이라고 마냥 부러워 할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아무리 힘들고 고단해도 매일 매일 정해진 시간에 어김없이 출근해야 되고, 때로는 비상이나 야근으로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직장내부에서는 상사나 부하들 눈치 봐야 되고 밖으로는 고객이고 주인인 국민들이 어떠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눈치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도 풀고 세상 돌아가는 소리도 듣고 국민의 시선이 어떠한지 들을 겸해서 퇴근 후에 술잔을 기울이게 된다. 처음에는 오랫만의 만남이라 반가운 마음에 서로의 안부도 묻고 가정사도 물어가면서 화기애애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뿐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를 더 고독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받게 만든다. 자녀들을 유학이다 연수다 해서 외국으로 보내고 평수 넓은 집에 혼자 아니면 둘이 산단다. 돈 이야기가 나오면 수억에서 수십억 수백억이고 그것도 “그 까이꺼 몇 억”이다. 차는 수억씩 하는 외제 승용차고 옷뿐만 아니라 모자에서 구두에 이르기까지 이름도 생경한 무슨 무슨 명품이란다. 휴가는 으레 외국으로 다녀와야 되는 것처럼 줄줄이 어디 어디를 갔다 왔다고 자랑삼아 이야기 한다.

듣고 있자니 도대체 우리나라는 차도 못 만들고 옷도 못 만들고 휴가 때 가볼 만한 곳도 없는 듯싶다. 경제가 어렵다는 말도 다 거짓말 같다. 하늘만 있고 땅은 없는 듯 하다. 주위엔 끼니를 걸러 가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잊은 듯 하다. 부디 주위에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돌보며 살았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이번 휴가 때는 필자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고, 작년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로 거의 비다시피 한 시골 마을에 들어갔다. 유사시에 대비하여 전화 한 대만 있고 TV도 없고 신문도 없다. 휴대전화도 잘 안 터진다. TV 안보고 신문 안보니 처음엔 답답하더니 오히려 좋았다. 친구를 상대로 사기를 쳤느니, 자식이 돈 때문에 부모를 살해했느니 하는 끔찍한 소리 안 들어서 좋고 무엇보다도 서로 헐뜯고 싸움박질 일삼는 정치 얘기 안 들으니 더욱 좋았다. 그곳에 머물면서 매미 소리 들으면서 고추도 따고 토마토도 땄다. 밤이 되면 소쩍새 소리 들으면서 내 자신을 뒤돌아보다가 피곤하여 이내 잠이 든다. 혼자 있으니 몸은 외로워도 마음이 외롭지 않아서 좋다. 어떤 이가 읊었던 시구(詩句) 일부가 생각나 적어본다. ‘집은 비만 막으면 되고 / 음식은 배만 부르면 되지… 혼자면 자작 / 둘이면 대작 …’

다시 일터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면 이번 휴가에 시골에 가서 가재 잡고, 어항 놓고, 미꾸리, 피라미 등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또 다시 그들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기네들은 외국 나가서 어느 해변에 나가 랩스터(바닷가재) 잡고, 고래나 참치를 잡으며 즐겁게 놀았다고 자랑할 것이 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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