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영길이 합격!??“성현이 합격!” 하실 때마다 아이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입술도 말랐다. 가슴까지 두근거려 더 안 되었다.
두 달 전부터 내 준‘공기놀이??숙제였다. 시험 날이 가까워져서 야 아이는 조급해졌다. 마음만 앞설 뿐 공기는 쉽게 되지가 않았다. 잘 하는 친구들이 참 많았다. 그럴수록 아이는 화가 더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야아-??
아이는 악을 쓰며 엉엉 울고 싶었다. 공기를 아무 데나 막 집어 던지고 싶었다.
키 작고 영리한 영길이는 너무나 잘 했다. 공기를 휘리릭 던졌다가 척척 잡는 것이 부러웠다. 정말로 연습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아이도 딩동댕 합격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연습을 아주 아주 많이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불합격한 친구들만 불러내셨다. 모두가 시무룩한 얼굴이었다. 빙 둘러앉은 친구들 옆에 선생님도 앉으셨다. 그리고는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선생님은 바닥에 공기 한 개를 놓으셨다.
“손바닥의 공기를 위로 던지고 바닥의 공기 만지고 내려오는 공기 잡고, 공기 던지고 바닥의 공기 만지고 내려오는 공기 잡고.”
선생님의 구령 따라 천천히 해보았다. 되었다. 불과 몇 번만의 일이었다. 아이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오그라들었던 몸도 많이 펴졌다.
다음에는 공기를 위로 던지고, 바닥의 공기를 잡은 다음 내려오는 공기를 받기였다.
“공기 던지고 바닥의 공기 줍고 내려오는 공기 받고, 공기 던지고 바 닥의 공기 줍고 내려오는 공기 받고…”
선생님 따라 해보았다. 공기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자꾸만 바닥으로 툭, 툭 떨어졌다. 아이 얼굴은 울그락 붉으락 해졌다. 해도, 해도 안 되었다. 아이는 기어이 잡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입술까지 꽉 물었다. 어쩌다가 공기 한 개가 잡혔다.
“야아, 바다따아!??
아이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눈까지 휘둥그레졌다.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손바닥 위에 있는 두 개의 공기를 다시 확인하고서야 아이의 온 몸이 하하하 웃었다. 다시 해 보았다. 이번에도 받아졌다.
“황00 합격!??
아이 입은 헤벌어졌다. 마치 큰 상을 받은 기분이었다. 기운도 불끈 솟아올랐다. 못하던 것을 해낸 손이 아이는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집으로 쌩- 달려가 엄마한테 아빠한테 막 자랑하고 싶었다. 선생님이 감사해서 꼭 껴안고 펄쩍펄쩍 뛰고 싶었다.
‘학교는 소중한 내 보물이구나.’
아이 마음은 푸른 하늘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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