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청빈(淸貧)과 호화(豪華)로움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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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청빈(淸貧)과 호화(豪華)로움의 차이

  • 승인 2007-09-03 00:00
  • 신문게재 2007-09-04 20면
  • 정계웅 대전지방보훈청장정계웅 대전지방보훈청장
지금 세간에는 인도의 압둘 칼람과 프랑스의 사르코지 두 전·현직 대통령이 청빈과 호화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목적이 있는 선물을 받지 마십시오. 그리고 훌륭한 도덕적 가치를 가진 가정을 꾸려나가십시오.” 이 말은 지난 5년 동안 부강한 인도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던 압둘 칼람 인도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국민에게 한 말이다.

압둘 칼람은 청렴과 절제를 좌우명으로 재임기간 스스로 청렴하고 검소하게 살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한 것으로 유명하다. 무소유와 청렴한 생활을 하다보니 대통령궁을 떠날 때 그의 짐은 들어올 때 가지고 온 달랑 옷가방 두개와 책 꾸러미가 전부였다고 한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에 있는 작은 섬의 가난한 이슬람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로켓공학을 전공한 과학자 출신으로 인도 최초의 위성발사와 탄도미사일 개발, 핵실험 등 핵개발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아왔다. 이제는 대통령궁을 떠나 고향에서 후학들에게 공학을 가르칠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듯 평생을 청빈으로 살아온 압둘 칼람과는 정 반대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당선직후 바로 몰타에서 60M크기의 호화요트에서 억대휴가를 즐겼고 최근에는 미국 뉴햄프셔 주 올페보로에 위치한 위니페소키 호수에서 자신의 1년 연봉보다도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호화로운 여름휴가를 즐겨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압둘 칼람은 펜 두 자루 선물도 돌려주는 청렴을 보여주고 있는데 반해 사르코지 대통령은 일부 지인들의 도움을 아무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또한 대조를 이룬다.

청빈한 인물로는 조선시대 고불 맹사성을 빼놓을 수 없다. 맹사성은 정승 노릇 수 십 년에도 거처하는 집은 비바람을 가리지 못할 만큼 허술했고 출입할 적에는 “쉬 물렀거라” 벽제 소리가 요란하기는커녕 소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또한 청백리 고불의 생활철학은 청빈낙도(淸貧樂道)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고향을 오고갈 때 결코 관복을 입거나 공무용 역마를 이용하지 않았으며, 촌로의 행색으로 소를 타고 오고가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여기에 정승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그의 집은 비가 샐 정도였다고 한다.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는 청빈 그자체가 최고의 덕목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청빈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공무원들에게는 청백리 정신이 반듯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누구나 솔깃 하는 호화로움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여기저기 유혹의 손길을 많이 받고 있다. 특히,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경우 욕구 충족을 위해 쉽게 생각하고 돈 앞에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교수를 비롯한 일부 지식층과 종교인,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봇물 터지듯 허위 학력이 밝혀져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허위학력 현상도 최고의 학벌로 호화로움을 누리고 싶어 하는 사치의 산물이자 학벌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우리들의 현 자화상이다.

최고의 학벌이 없어도 최고가 될 수 있고 최고로 대우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조성될 때 진정 선진시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듯이 청빈한 삶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호화로움도 타인에게 해가 되거나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행위는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고 그 부를 잘 활용하는 것은 성숙한 시민이 해야 할 최고의 덕목이다. 청빈과 호화로움 사이에서 좀 더 멋있고 알찬 삶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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