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지만 올해도 여러가지 다짐과 약속을 스스로에게 했었습니다. 일에만 너무 빠지진 말아야겠다. 가족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대화 통로를 유지해야겠다. 그런 가운데 스스로에게도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빼놓지 말아야겠다.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되겠다. 음식에 너무 탐닉하지 말아야겠다. 술, 담배를 절제해야겠다. 금연만큼은 꼭 올해 안에 해야겠다. 등등. 참으로 여러가지의 다짐을 했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이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외적인 어떤 힘이나 규제가 없다면 과연 내가 내 삶을 절도있게 잘 유지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런 외적인 규제나 힘은 내게 고마운 어떤 것이 아닐까? 뭐 이런 생각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스스로 뭔가를 하지 못 하고 외적인 규제에 의지해서 할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내가 한심해 보이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30여년이 흐른 지금, 별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환자분들의 질책이나 실망을 보지 않기 위해, 또 직원들에게 실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어쩌면 가족들의 호구를 위해 피곤하고 지친 몸을 일으켜 출근을 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시한이 임박해서야 원고를 보내고 방송 준비를 하고, 마치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를 하던 그때의 모습과 눈꼽만큼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봅니다. 더 한 모습도 있습니다.
무언가에 떠밀리기 위해 1년치 헬쓰클럽을 등록하고도 운동을 한 날은 손으로 꼽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도 밤 늦게까지 운동경기 중계를 보고는 다음날 후회하기도 합니다. 절제해야지 해 놓고는 이야기에 빠져 12시를 넘기는 술 자리도 여전합니다. 무엇보다 조금 잘 되면 자만에 빠지고 또 조금 잘 못 되면 실망과 자책에 빠지곤하는 모습의 반복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일을 미루지 말아야지! 술, 담배를 절제해야지! 일찍 일어나고 아침에는 운동도 해야지!” 수도 없이 결심을 하고 다짐을 해 보지만 말 그대로 作心三日입니다. 바로 그 삼일만에 자괴감에 빠집니다. 나를 혼냅니다. 그러다가도 하긴 “그렇게 쉽지 않으니까 이런 말도 생겨났겠지. 나라고 뭐 특별한 사람이 아니니까 남들처럼 그렇게 삼일이나마 버틴 것도 참 잘 한 것이지.” 라고 스스로를 위안도 합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참고 기다리는 것의 가치만큼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않는 듯 합니다. 세상에는 그렇게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니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세상은 결국 정직한 사람의 몫이라는 것, 사랑할 때의 느낌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것, 용서는 나를 위해 하는 것, 뭐 이런 것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그렇게 세월의 크기만큼 커다란 가치를 지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도 사람의 마음이 삼일 만큼의 크기밖에 안 되기 때문에 그 것들을 생활에서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아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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