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태격 싸우다 정 든 사랑… 카메오는 덤
다음 날 한 이불 속에서 눈을 뜨고 경악한다. “2차 가자 그랬지, 그게 그 2차야?”라며 싸우던 이들은 없었던 일로 치고 넘어가기로 하지만 그날 바로 하룻밤 실수가 이틀 밤 실수로 바뀐다. 여러분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찌하시겠는지. ‘내 생애 최악의 남자’는 둘을 못 이기는 척 부부로 묶는다. 지나친 음주가 중매를 선 셈.
그러나 신혼여행을 마치고 첫 출근한 날. 여자는 새로 온 연하의 직장동료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남자는 섹시하고 유능한 상사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냥 살아야 되나 아니면 도로 물려야 되나. 이상형을 만나고부터 이들의 결혼생활은 지옥이자 전투가 된다. 서로에 대한 예의는커녕 솔로 때 하던 버릇대로 자기식대로 생활하고, ‘헤어지기 위해’ 최악의 모습만 보여주려 ‘노력’한다. 지나친 음주는 역시 해롭다.
‘내 생애…’는 티격태격 싸우며 자라는 사랑의 성장과정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 로맨스보단 코미디에 방점을 찍는다.
탁재훈의 슬랩스틱 몸 개그와 염정아의 봉춤, 윤지민과 탁재훈의 이상야릇한 요가체조, 뮤지컬 배우 출신의 신성록과 염정아의 커플댄스…. 영화 속에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그러나 이런 ‘뜬금없는’ 볼거리보다 애드리브 같은 큰 웃음을 선사하는 작은 연기가 빛을 발한다.
단연 돋보이는 건 탁재훈과 염정아의 연기호흡. 염정아는 ‘내 생애 최악의 남자’가 아니라 ‘내 생애 최악의 여자’로 제목을 바꿔야 할 만큼 앙칼진 캐릭터에 다채로운 표정으로 사랑스러움까지 덧입힌다.
탁재훈의 소심한 코믹연기와 애드리브도 영화의 웃음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준다. 지친 듯한 내면연기도 합격점. 둘의 연기 덕분에 공감하기 힘든 설정도 무난히 넘어가고 지루하지 않은 영화로 다듬어졌다.
카메오로 출연한 배우들을 찾아보는 건 보너스. 김선아 신현준 신이가 적재적소에 등장해 웃음 폭탄을 터뜨린다. 여류 감독 손현희 씨의 장편 데뷔작.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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