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디스터비아-살인범 아저씨, 10대라고 우습게 보지마세요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디스터비아-살인범 아저씨, 10대라고 우습게 보지마세요

지금 당신의 이웃이 수상하다 감독: D.J 카루소, 출연: 샤이어 라보프, 아론 유

  • 승인 2007-08-31 00:00
  • 신문게재 2007-09-01 22면
  • 안순택 편집위원안순택 편집위원
스필버그의 행운아 샤이어 라보프
아이튠즈 세대의 서스펜스 스릴러
10대의 유쾌한 감성에 묻힌 공포감


10대들은 환호할 거고, 30대들은 샘낼 듯하다.

집에선 컴퓨터 앞에서 떠날 줄 모르고 나갈 땐 이어폰을 귀에 꽂고 나서는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특히 게임만 하고 장난만 친다고 “커서 뭐가 되려고 저러는지…”하고 걱정하는 부모라면 강추다. 캠코더 휴대폰 등의 기구들을 마치 몸의 일부처럼 자유자재로 다루고, 살인범에 대항하는 무기로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생각이 달라질 지도 모른다.

‘디스터비아’는 이웃집을 훔쳐보던 10대가 연쇄살인범을 발견하고 살인범에게 쫓기는 스릴러. 그러나 영화를 이끄는 동력은 긴장감이 아니라 무청처럼 푸르고 싱싱한 청춘의 에너지다.

D. J 카루소 감독은 10대의 생활, 문화, 감성을 영화 속으로 깊숙하게 끌어들인다.
집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게 10들에겐 벌도 아니다. 케이블 TV, 게임기, 아이팟이 있는 데 심심할 이유도 없다. 그것들을 손에서 빼앗기고 나서야 비로소 이웃을 엿볼 생각이 드는 거다.

망원경으로 엿보는 건 케케묵은 고전. 고성능 망원경에 휴대폰과 홈 비디오 감시 시스템을 동원해 할리우드의 ‘리얼리티 쇼’처럼 생중계하는 게 요즘 수준.

훔쳐보기도 부끄럽거나 자신만이 누리는 비밀이 아니다. 친구들과 함께 보고 여자 친구도 끌어들여 함께 본다. 그저 즐거운 놀이일 뿐. 사랑도 훔쳐보면서 고백한다. 아슬아슬한 이들의 훔쳐보기 놀이는 긴장감이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10대들의 감성을 따라 직선으로 달려가는 영화는 경쾌하고 유쾌하다. 어찌 보면 말썽꾸러기고 장난기가 절반인 주인공 케일과 친구 로니의 우정도 고교생 특유의 건강함으로 생생하다. 그러다보니 정작 스릴러의 몰골은 앙상해져 버렸다. 엿보이는 자가 보는 자의 행동을 제어할 만큼 ‘역 엿보기’를 감행하고 엿보는 자를 찾아오는 순간의 원초적인 섬뜩함은 살아 있다. 하지만 주인공 못지않게 악당에게도 비중이 주어져야 장르적 재미가 사는데 이 살인범 아저씨 아무리 봐도 무섭지 않다.

아이팟에 열광하는 ‘아이튠즈 세대의 스릴러’의 매력을 십분 드러내는 건 케일을 연기한 샤이어 라보프. ‘트랜스포머’로 얼굴을 알린 그는 이 영화에서 코미디와 로맨스, 스릴러의 양념을 어떻게 뿌려야 맛을 내는지 알고 있는 듯하다. 공포감에 질리는 평범한 10대에서 공포에 대처하는 노련한 10대의 치밀한 면모까지 두루 선보이는 그는 ‘차세대 톰 행크스’라는 찬사가 결코 허투루 나온 게 아님을 증명한다.

로니를 인상적으로 연기한 한국계 배우 아론 유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한국 관객들에겐 보너스.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선 창의 커튼을 모두 닫았다. 내 은밀한 사생활을 누군가 이웃이 몰래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영화 제목처럼 ‘평온하지만 언제든지 누구에 의해서 방해받을 수 있는 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곳 아닌가.

영화 시작에 나오는 대사처럼, “그들은 우리가 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지”일 수도 있고. ‘디스터비아’는 ‘방해하다’는 뜻의 ‘디스터브(disurb)’와 현상 또는 공간을 뜻하는 ‘ia’를 합쳐서 만든 조어. 평화로운 기운을 방해하는 곳 또는 현상이란 뜻이다. 12세 이상.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3.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가 도안신도시로 변화한 분위기다. 대다수 단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는데, 유일하게 도안지구의 공급 물량만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하반기 일부 단지의 분양 선방으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내년에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도안 2-2지구 힐스테이트 도안리버파크 2차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총 1208세대(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3649건이 접..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를 이어갈 원석을 찾기 위한 '2024 대전광역시장기 전국생활체육 펜싱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시장배로 대회 몸집을 키운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검객과 가족, 코치진, 펜싱 동호인, 시민 2200여 명이 움집, '펜싱의 메카' 대전의 위상을 알리며 전국 최대 펜싱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23~24일 대전대 맥센터에서 이틀간 열전을 벌인 이번 대회는 중도일보와 대전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전시펜싱협회가 주관한 대회는 올해 두 번째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 펜싱 대회다. 개막식 주요 내빈으로는 이장우..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