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잠언에 나오는 이 구절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에게 현시점에 가장 새겨야 할 대목임에 틀림없다.
교만이 곧 멸망으로 이어진 전례는 선거사에 수도 없이 많았다. 박빙의 차로 어렵사리 거머쥔 한나라당 대선후보에게 교만의 유혹은 끝없이 손짓한다. 이른바 대세론에 힘입어 혹여 “이제 7부 능선은 넘었다”라고 섣불리 자신한다면 위험천만한 일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명박 후보에게 당장 필요한건 여론조사의 지지율 하락을 맛보는 일이다. 허망했던 그 거품을 피부로 절절히 느껴봐야 한다.
사실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선거 출사표를 던질 때부터 줄곧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 자리의 달콤함을 계속 누려왔다. 하지만 이제 한나라당의 경선잔치는 끝나고 맞짱 뜰 상대후보 결정을 남겨두고 있다. 국민들과 언론의 관심은 벌써 이명박 후보쪽에서 범여권쪽으로 돌아가고 있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이 후보는 이제 뭘 해야 할까? 상대가 정해질 때까지 불펜에서 몸만 풀고 있어야하나? 아니다. 깔끔하게 정리해야 할 일이 많다. 먼저 본인에게 뜨거운 감자인 재산의혹을 털어버리는 일이 화급하다. 맞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같은 편이 날리는 잽이라도 더 아플 수 있다. 이미 아군한테 맞아 피멍이 든 상처는 잔뜩 부어있다. 이제는 검찰을 포함한 여권에서 무차별적으로 날아오는 해머펀치를 감당해야 할 판이다.
“하늘이 두쪽 나도 내재산이 아니다”라고 손사레를 치지만 “그래 그럴거야”라고 수긍하는 쪽보다 “그래도 뭔가”라는 시선이 많다는 걸 놓쳐선 안된다. 어떻게 의혹을 풀고 믿게 할 것인지 고민에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는 일은 없애야 한다.
옷에 삐죽 나온 실오라기 하나를 당기자 급기야 옷이 풀리기 시작하는 그런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오면 그땐 이미 상황 끝이다.
우리는 이를 과거 이회창 전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에서 잘 봤다. 새롭게 시작되는 본격 레이스에서도 ‘야당탄압이네’,‘음모적 시각이네’라는 식의 구태의연한 수세적 방어만으로는 턱도 없다. 이명박 후보 진영에선 이미 쇄신,혁신의 시동을 걸었다. 벌써 측근의 2선 퇴진 움직임도 눈에 띈다. 그동안 캠프내에서 심심치않게 자리다툼 얘기까지 나온걸 감안한다면 인적쇄신에 보란듯이 박차를 가해야 한다. 당내 득표에 공을 들였다면 이제부터는 국민들 표를 얻기 위한 백의종군 자세로 다시 무장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측근을 모조리 갈아치울 수 있어야 한다. 겉멋만 잔뜩 들어 거들먹거리는 껍데기는 버리고 참신한 외부인재를 통한 공약,정책정비에도 힘써야 한다. 이제부터 교만과의 싸움은 물론 두려움과의 전쟁도 시작해야 한다.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수록 ‘지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이같은 승리에 대한 강박관념은 무리수를 동반하기 십상이다.
성경에 가장 많이 쓰여 있는 구절은 바로 ‘두려워 말라’라는 구절이라고 한다. 무려 360번이 넘는다고 할 정도이니 사람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하물며 각종 선거중 제일 정점에 있는 대통령선거이고 10년 실권의 한을 풀어줄 기회를 눈앞에 두고서는 더이상 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아무리 자신이 있어도 그 이면엔 반드시 두려움이 깔려있는 법이다.
자신감과 두려움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두려움을 털어버리는 건 간단하다. 가당치 않겠지만 이번에 안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두는 것이다. 그것이 정말 안되는 결과를 각오한다기 보다 마음을 보다 여유롭게 가져가기 위한 것이라는 건 두말할 나위 없다. 겸손한 자세도 결국 이런 태도에서 귀결된다.
이제 12월 19일까지 남은 시간이 이명박 후보의 편이 될 것인지는 교만과 두려움을 여하히 떨쳐버리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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