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언항 건양대 보건복지대학원장 |
여성가족부의 2005년 조사에 의하면 술을 많이 마시는 남성 일수록 가정 내 폭력행사가 많다고 한다. 소주를 1병 이상 주 3, 4회 마시는 남자는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거의 3배 이상 폭력을 행사한다고 한다. 이로 인한 가정 파탄도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음주 상태에서의 범죄도 심각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발표한 바에 의하면 살인범의 63.2%, 교통사고 특례범의 64.5%, 그리고 폭력범의 62.9%가 술을 마신 가운데 저질렀다고 한다. 정부는 ‘파랑새플랜 2010’이라는 캠페인을 작년부터 벌이고 있다. 무절제한 음주 습관과 술 권하는 사회를 알코올 문제 없는 가정과 절제된 사회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TV방송은 오히려 술 마시는 것을 부추기는 것 같다.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술 마시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 준다. 실연, 부부간, 직장에서의 갈등, 좌절, 실망, 화가 났을 때 거의 모두가 술로 해결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유명 연예인들이 학창시절의 친구를 알아 맞히는 프로에서는 옛 친구들과 재회의 기쁨을 의레 술로 뒤풀이 한다. 먹거리를 소개하는 프로에서도 술을 곁들이는 것이 보통이다. 이처럼 술은 TV프로에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의 표현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것처럼 취급된다.
술 광고는 젊은 청소년을 주 대상으로 삼는 것 같다. 멋있고 우아한 미남 미녀의 인기 연예인이 우아하고 또는 박력 있게 마시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광고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계층이 청소년일 것임은 두말 할 것도 없다. 그들은 선망의 대상이며 우상인 스타의 행동을 닮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 탓인지는 몰라도 12~19세 사이의 청소년의 음주율은 32.3%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2001년, 보건복지부). 10대 청소년 10명 중 3명이 술을 마신다는 말이다.
술의 해악은 담배보다 훨씬 크다. 담배는 피우는 본인에게만 폐암, 심장질환 등과 같은 건강상 문제를 일으킨다. 그런데 술은 가정 파탄 나아가 범죄에 의한 생명 및 재산의 피해 등 사회 전체에 해악을 준다. 그러므로 TV 프로에서의 술 마시는 장면은 담배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하여야 한다. 술 광고도 마찬가지다. 언제부터인지 TV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사라졌다. 이는 방송국의 용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TV를 사회의 공기(公器)라고 한다. 이윤의 추구에 앞서 국민을 선도(善導)하는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흡연 장면을 없앤 것과 같이 술에 대하여도 방송당국의 용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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