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본듯한 익숙한 캐릭터 익숙한 설정
웃긴 뒤 울리려 드는 ‘딱 국산 코미디’
옥희(고은아)에게 이제 갓 서른이 된 엄마 혜주(김원희)는 골칫거리다. 공부 좀 할라치면 유행가를 흥얼거리며 방해를 하고, 옥희에게 무슨 일이 났다 싶으면 츄리닝 차림으로 곧장 학교로 쳐들어온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엄마를 언니로 오해하는 게 못마땅하다. 어느 날 혜주와 옥희의 사랑방에 서울 손님이 찾아든다. 막 사춘기에 접어든 조숙한 딸과 여태껏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철없는 엄마는 멋지게 생긴 서울 손님 덕근(정준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대결 모드로 돌입한다.
‘가문의 영광’의 정준호와 ‘가문의 위기’의 김원희의 만남. 코믹 연기로 정평이 난 두 배우의 익숙한 조합과 마찬가지로 영화 역시 익숙한 코미디 영화의 설정들을 모은 뒤 이를 비틀어 웃음을 주려 든다. 한 남자를 두고 모녀가 싸우는 장면은 ‘여선생 vs 여제자’, 시골에 갔다가 온갖 수난을 당하고 교화의 길을 걷는 도시 양아치들은 ‘선생 김봉두’ ‘마파도’ 등에서 이미 본 캐릭터. 얼떨결에 하룻밤을 보낸 혜주와 덕근의 상황은 ‘가문의…’시리즈의 단골 메뉴다.
그러나 영화는 웃음의 장치를 곳곳에 심어놓고도 깔끔하게 마무리짓지 못한다. 애초부터 극단적으로 설정된 인물구도를 굳이 설명하려다보니 지루한 공백이 생기고 그러는 사이 제대로 된 코미디를 펼칠 기회를 찾지 못한다. 배우들의 개인기까지 긴급 수혈하지만 그것만으로 흥미를 이어가기엔 역부족. 웃기려 한 뒤 어김없이 꼭 울리려 드는 한국 변종 코미디의 이상한 공식을 답습하려 드는 후반부에 이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대략난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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