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여배우의 수상한 하룻밤 스토리
더위날릴 융단폭격식 유머 스크린 가득
‘죽어도 해피엔딩’의 주인공은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연기파 스타 배우 예지원. 올해 전도연이 진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터이기에 이같은 설정부터가 웃음을 준다. 예지원이 배우 예지원으로 등장한다.
네 명의 사내가 청혼 반지를 품고 약속이라도 한 듯 그녀의 집에 들이닥친다. 사내들의 청혼에 정신 못 차리는 지원의 기쁨도 잠시. 그 봉들이 차례로 말릴 틈도 없이 요절난다. 지원은 매니저 두찬(임원희)의 도움을 받아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만 손을 쓰면 쓸수록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사내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는, 정색을 하고 보자면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지만 영화는 죽음의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죽어가는 과정과 죽은 이의 모습을 보는 상황은 그들의 필연적인 죽음의 이유와 상관없이 마냥 웃긴다.
단연 돋보이는 건 예지원. 거실 부엌 화장실 겸 욕실 서재 등의 공간을 부리나케 오가며 연극적 무대에 영화적 입체감을 부여하는 건 순전히 그녀의 공이다. 나이가 들수록 보는 이에게 기분 좋은 당혹감을 주며 매력을 뿜어내고 있는 이 독특한 여배우는 진지한 듯, 멍청한 듯, 생뚱맞은 그러나 귀여운, ‘섹시’와 ‘푼수’의 경계를 넘나드는 ‘S라인 열연’으로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의 배꼽을 잡게 만든다.
임원희와 조희봉 박노식 정경호 데니스 김 장현성 등 연기파 조연들의 앙상블도 뛰어나다. 손발이 척척 맞는 호흡과 절묘한 순간에 터지는 코믹 연기는 천연덕스런 예지원의 연기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사태의 실마리를 기습적으로 말해놓고도 그 의미를 절대로 알아채지 못하는 형사 역의 장현성은 시종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 연기로 웃음 위에 웃음을 덧칠한다.
아쉬운 점, 물론 있다. 모든 캐릭터를 사건과 엮고, 인물 각각에게 개성을 부여하려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전개가 산만해진다. 그러나 웃음에 웃음을 덧붙이는 융단폭격 식 유머 코드는 분명 국산 코미디 영화의 새로운 경지.
누가 뭐라고 하건 말건, 순간순간 닥쳐오는 위기 상황을 아슬아슬하게 극복하게 가며 우리의 여배우 예지원은 불굴의 낙천성으로 기어이 ‘죽어도 해피엔딩’을 만들어놓고야 만다. 예지원의 예지원을 위한 영화. 18세 이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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