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글쓰기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바로세우고 있는 교육자들이 적지 않다. 몇 년 전 작고하신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과 오늘도 섬진강 강가에서 아이들과 함께 꾀벗은 채 하동(河童)이 되어 글쓰기를 가르치는 김용택 시인이 떠오른다. 특히 이오덕 선생께서 시골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아이들의 글을 모아 엮은 『일하는 아이들』은 70년대 우리 농촌 현실에 대한 기록이다.
아버지하고/동장네 집에 가서/비료를 지고 오는데/하도 무거워서/눈물이 나왔다./(중략)/내가 제비 보고/제비야,/비료 져다 우리집에/갖다 다오, 하니/아무 말 안 한다./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나는 슬픈 생각이 났다. -『일하는 아이들』 중 ‘비료지기’
‘프리덤 라이터스’를 보면서 이오덕 선생과 김용택 시인의 글쓰기 교육을 떠올린 것은 기록과 관련된 나의 업무 때문이었을까?
세르반테스는 ‘글은 쓴 사람의 영혼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했다. 개인이 스스로의 삶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마음과 행동이 맑고 정당하다는 뜻이며, 적어도 자신의 과오나 잘못에 대한 기록은 반성을 전제로 미래의 개선을 스스로 약속하는 것이다. 조직이나 기관에서의 기록은 투명하고 적법한 업무처리 절차의 준수를 뜻하거나 자랑할 만한 성과를 남기는 것이며, 어떤 사건이나 비리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미래의 재발을 막기 위한 교훈을 주고자 하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개인`사회`국가적으로 기록을 남기는 전통을 가진다는 것은 후대에 대한 부끄러움 없이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며, 보다 합리적이고 적법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함이다.
기록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자 국가기록원은 ‘기록사랑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올 봄에 실시한 ‘기록사랑백일장’은 초`중`고교생을 비롯해 대학생, 일반인으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여름에는 온라인을 통한 ‘기록사랑UCC공모전’을 한달간 열고 있다.
자신의 소중한 사진을 올리거나 댓글달기 이벤트 등을 포함한 공모전의 마감(26일)은 아직도 며칠 남았지만 현재 3만명이 넘게 참여하여 기록사랑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국가기록원은 화려하지 않지만, 주연배우를 돋보이게 하고 드라마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조연배우를 닮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앞으로도 우리 역사의 맛깔스럽고 정확한 기록을 부탁드려요.’‘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거울이 되는 자료를 소중하게 보관하는, 가장 마음에 드는 국가기관인 것 같아요.’ 댓글달기에 올라온 이런 글들은 국가기록원의 직원들에게 많은 용기와 격려가 된다.
또한 기록에 대한 우리 국민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많은 글들은 맑고 밝은 사회로 나아가는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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