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논술 짱]가난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인가?

[나는야 논술 짱]가난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인가?

중도일보-대전광역시교육청 공동기획 고등논술

  • 승인 2007-08-22 00:00
  • 신문게재 2007-08-23 11면
<문제>
제시문 (가)의 <표 1>과 <표 2>에서 알 수 있는 사회 현상을 설명하고, ‘가난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나), (다)의 두 인물을 사례로 들어 논하시오.

[유의 사항]
① 적절한 글의 제목을 붙일 것.
② 1600자(±100) 분량으로 쓸 것.

(가)





















(나)
복녀는 원래 가난은 하나마 정직한 농가에서 규칙 있게 자라난 처녀였었다. 예전 선비의 엄한 규율은 농민으로 떨어지자부터 없어졌다. 하나, 그러나 어딘지는 모르지만 딴 농민보다는 좀 똑똑하고 엄한 가율이 그의 집에 그냥 남아 있었다. 그 가운데서 자라난 복녀는 물론 다른 집 처녀들같이 여름에는 벌거벗고 개울에서 멱감고, 바짓바람으로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을 예사로 알기는 알았지만,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막연하나마 도덕이라는 것에 대한 저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열다섯 살 나는 해에 동네 홀아비에게 팔십원에 팔려서 시집이라는 것을 갔다. 그의 새서방(영감이라는 편이 적당할까)이라는 사람은 그보다 이십 년이나 위로서, 원래 아버지의 시대에는 상당한 농민으로 밭도 몇 마지기가 있었으나 그의 대로 내려오면서는 하나 둘 줄기 시작하여서 마지막에 복녀를 판 팔십 원이 그의 마지막 재산이었다. 그는 극도로 게으른 사람이었다. 동네 노인의 주선으로 소작밭깨나 얻어 주면 종자만 뿌려 둔 뒤에는 후치질도 안하고 김도 안 매고 그냥 버려두었다가는 가을에 가서는 되는 대로 거둬서 ‘금년에 흉년입네’ 하고 전줏집에는 가져도 안가고 혼자 먹어 버리곤 하였다. 그러니까 그는 한 밭을 이태를 연하여 부쳐 본 일이 없었다. 이리하여 몇 해를 지내는 동안 그는 그 동네에서는 밥을 못 얻으리만큼 인심과 신용을 잃고 말았다.

-중략-

그날부터 복녀도 ‘일 안하고 품삯 많이 받는 인부’의 한 사람으로 되었다. 복녀의 도덕관 내지 인생관은 그때부터 변하였다. 그는 여태껏 딴 사내와 관계를 한다는 것을 생각하여 본 일도 없었다. 그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요 짐승의 하는 것쯤으로만 알고 있었다. 혹은 그런 일은 하면 탁 죽어지는지도 모를 일로 알았다.

그러나 이런 이상한 일이 다시 있을까. 사람인 자기도 그런 일을 한 것을 보면 그것은 결코 사람으로 못할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일 안하고도 돈 더 받고, 신장된 유쾌가 있고 빌어먹는 것보다 점잖고……일본말로 하자면 ‘삼박자(拍子)’ 같은 좋은 일이 이것뿐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삶의 비결이 아닐까. 뿐만이 아니라 이 일이 있은 뒤부터 그는 처음으로 한 개 사람으로 된 것 같은 자신까지 얻었다. 그 뒤부터는 그의 얼굴에 조금씩 분도 발리게 되었다. 일 년이 지났다. 그의 처세의 비결은 더욱 더 순탄히 진척되었다. 그의 부처는 인제는 그리 궁하게 지내지는 않게 되었다. 그의 남편은 이것이 결국 좋은 일이라는 듯이 아랫목에 누워서 얼씬얼씬 웃고 있었다. 복녀의 얼굴은 더욱 예뻐졌다.

-중략-

다른 중국인들은 새벽 두 시쯤 하여 돌아갔다. 그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복녀는 왕서방의 집 안에 들어갔다. 복녀의 얼굴에는 분이 하얗게 발리어 있었다. 신랑 신부는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그것을 무서운 눈으로 흘겨보면서 그는 왕서방에게 가서 팔을 잡고 늘어졌다. 그의 입에서는 이상한 웃음이 흘렀다. “자, 우리집으로 가요.” 왕서방은 아무 말도 못하였다. 눈만 정처없이 두룩두룩하였다.

복녀는 다시 한 번 왕서방을 흔들었다. “자, 어서.” “우리, 오늘은 일이 있어 못가.” “일은 밤중에 무슨 일.” “그래두 우리 일이…….” 복녀의 입에 여태껏 떠돌던 이상한 웃음은 문득 없어졌다. “이까짓것!” 그는 발을 들어서 치장한 신부의 머리를 찼다. “자, 가자우, 가자우.” 왕서방은 와들와들 떨었다. 왕서방은 복녀의 손을 뿌리쳤다. 복녀는 쓰러졌다. 그러나 곧 일어섰다. 그가 다시 일어설 때는 그의 손에 얼른얼른하는 낫이 한 자루 들리어 있었다.

“이 되놈 죽어라. 이놈, 나 때렸니! 이놈아, 아이구 사람 죽이누나.” 그는 목을 놓고 처 울면서 낫을 휘둘렀다. 칠성문 밖 외따른 밭 가운데 홀로 서 있는 왕서방의 집에서는 일장의 활극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활극도 곧 잠잠하게 되었다. 복녀의 손에 들리어 있던 낫은 어느덧 왕서방의 손으로 넘어가고 복녀는 목으로 피를 쏟으며 그 자리에 고꾸라져 있었다. - 김동인, 「감자」에서 -

(다)
절망의 심연(深淵)을 딛고 밤낮 없이 하루 19시간씩 닥치는 대로 일하는 40대 중반의 IMF 극복 과정이 세간의 감동을 주고 있다. 90년대 초반 8천만 원의 빚을 얻어 전주시 효자동에 시계도매점을 차린 그는 쏠쏠한 재미를 보다 97년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거래처 공장 4곳이 갑자기 사라졌고, 연 30%를 웃도는 달러이자에 빚은 금방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영하의 맹추위가 유난히 기승을 부렸던 지난 2000년 초 어느 날, 끝내 사업이 망했다. 빚은 1억 수 천만원, 여기저기서 급전을 끌어다 쓴 탓에 헤아리기조차 힘들었다.

취하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술독 방황’이 1년 이상 이어졌다. 어느 날 문뜩, TV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보게 됐다. ‘내가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사글세방에서 지독한 고생을 묵묵히 견디는 다섯 살 연상의 부인이 너무 안쓰러웠고, 절망하는 자신이 죽도록 미웠다. 그 길로 문을 박차고 나온 그는 술`담배를 끊고 목욕탕 청소와 때밀이, 학원차량 운전기사, 신문 배달에 떡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중간에 5분, 10분이라도 짬이 나면 신문 판촉이나 폐지 줍기에 나섰다. ‘몸에 시간을 주지 말자고 했습니다. 솔직히 술과 노름 등 엉뚱한 생각이 나거든요.’ 학대에 가까운 중노동도 마다하지 않다 보니 하루 근로시간은 평균 18~20시간에 달했고 너무 피곤해 무릎으로 긴 적도 수 없이 많았다. 그의 하루는 매일 오후 1시15분에 시작된다. 6시간의 학원차량 운행, 틈틈이 폐지 줍기와 신문 확장에 나선다.

평소 이삿짐이나 수리하는 집을 눈 여겨 봐두었다가 시간 날 때 찾아간다. 저녁 7시엔 목욕탕에서 2시간 정도 청소하고, 밤 9시 저녁식사 후 다시 10시부터 사우나로 옮겨 3시간 정도 쓸고 닦는다. 어느덧 새벽 2시. 야밤에 보급소로 달려가 신문 발송 작업을 하고 새벽 4시부터 신문 배달을 하려고 뛰어다니다 보면 어느 새 동이 튼다. 이미 16시간 일한 그의 몸은 ‘물 먹은 솜’처럼 천근만근이지만 하루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떡집에서 아침 7시부터 3시간 동안 떡 배달하는 일이 남아 있다. 벌써 3년을 넘겼는데, 딱한 처지를 안 떡집에서 아침식사를 제공해 배를 든든히 하고 있단다. 오전 10시. 집을 향하는 길에 하루 종일 모은 폐지를 재활용업체에 넘긴다. 틈 날 때마다 주워 모은 폐지 등은 한 달에 약 2톤가량 되는데, 20만원의 부수입을 올려준다.

오후 1시부터 시작해 다음날 아침 10시에 끝나는 ‘고달픈 하루’는 약 2~3시간의 달콤한 잠이 어루만져준다. 6년째 8~10개의 알바를 소화하며 버는 돈은 고스란히 빚 갚는 데 충당한다. 한 달 용돈? 돈 쓸 시간도 없지만 자신을 위해선 단 돈 1원도 쓰지 않는단다. 내년이면 모든 빚을 청산할 수 있다는 그의 소망은 단칸방이라도 자가 주택을 구입하고 1억 원 정도 예금하는 것, ‘향후 7~8년 정도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살짝 웃는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의 부인의 기도가 없었다면 자신이 ‘천하의 잡놈’ 소리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씨. ‘절망에서 허우적대다 살아야 하겠다고 눈을 떠보니 여기저기 일자리가 보였다.’며 ‘아무리 어렵더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 ○○일보 -

[논제 분석 및 출제의도 파악]
가난에 맞서는 두 모습 비교
사회양극화 현상 간파해내야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문제로 제기되는 것은 경제적 불평등에 의한 양극화 현상이다. 세계화가 확산될수록 심각해진다는 우려에 각 계층, 각 단체에서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가)에 제시된 <표 1> 월소득 계층별 가구분포와 <표 2> 소득 10분위별 소득분포 및 소득집중도를 통해 도표를 해석하고 사회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을 보고자 한다.

제시문 (나)는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서 발췌한 김동인의「감자」로 한 여인의 도덕적 타락과 비참한 죽음의 근원에는 물질중심주의 사상에 의한 비인간적 현실이 있음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다)는 외환위기로 사업에 실패한 한 남자가 하루 평균 18~20 시간의 노동으로 빚을 갚아가며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힘겹게 살아간다는 신문기사이다. (나)와 (다)는 ‘가난’에 맞선 두 가지 모습이다.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인 타락으로 비참하게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과 좌절을 딛고 육체적인 중노동을 감수하며 인간적인 가정을 지키고 희망을 가꾸는 인간의 모습이다.

(가)에서 제시된 현대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연 ‘가난’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인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볼 문제이다. (가)의 도표를 자료로 할 때 ‘가난’에 대한 정신적인 극복이나 추상적인 이론으로 만족해서는 좋은 글이 될 수 없는 문제임을 유의해야 한다.

[학생작품]장현수 충남여자고등학교 2학년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 '가난'

▲ 장현수 충남여자고등학교 2학년
▲ 장현수 충남여자고등학교 2학년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을 택하고, 집을 잃은 채 길거리로 내몰리며,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해결할 수 없어 자식을 죽이거나 버리고, 돈 때문에 각종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무능력으로만 여겨졌던 ‘가난’은 이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제시문 (가)는 바로 이러한 우리의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소득 수준인 빈곤선은 96만원으로 발표된 바 있는데, <표 1>에 따르면 월 소득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비율은 약 25%나 된다. 전체 가구 중 1/4이 생계유지조차 하기 어려운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표 2>를 보면 하위층 20%의 소득은 약 7%에 불과한 반면 10분위 계층의 소득은 전체의 27%나 되어, 빈부의 격차가 실로 대단함을 알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1~4분위 저소득층의 소득 수준은 낮아지고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소득은 오히려 증가하여, 그 차이가 더욱 벌어지는 것이다. 지니계수의 상승 역시 소득불균등분배의 심화로 인한 양극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처럼 빈곤층이 늘어만 가고 부익부 빈익빈이 만연해지는 가운데, 우리 모두는 아직도 ‘신데렐라’와 같은 신분 상승의 행운을 꿈꾼다. 가난의 극복이란 동화처럼 소망에 불과한 것일까?

현대 사회는 과도한 자본주의 사회이자 정보화 사회이다. 모든 것의 근원은 재력이요, 지식과 정보가 개인의 경쟁력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가난’, 즉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자원의 '부족'은 경쟁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한 단계 뒤쳐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빈곤의 악순환이 발생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당장의 생계유지에 급급하기 때문에 건강이나 교육 등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는 반면 고소득층의 사람들은 부를 ‘대물림’하면서 편안히 자기 계발에 힘쓰고 그 결과 한층 더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제시문 (나)의 복녀는 그러한 빈곤의 악순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그녀는 의지와 관계없이 ‘빈곤’을 겪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양심과 도덕까지 외면할 수밖에 없었으며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결국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도 ‘빈곤’을 떨쳐내지 못한 것이다.

물론, 외환위기로 인한 사업실패로 떠맡게 된 엄청난 빚을 각고의 노력으로 청산하고 있는 제시문 (다)의 이 씨를 예로 들어, 굳은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빈곤’의 극복이 헛된 꿈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버는 돈을 빚 탕감에 쓰는 경제적 무능력자이다. 또한 그러한 고된 일은 신체에 많은 무리를 줄 뿐 아니라, 고령이 되어서까지 지속할 수 없다. 더군다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다른 사람들 역시도 자본을 축적할 것이고, 물가와 화폐 가치도 변할 것이기 때문에 그가 가난을 극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난이 극복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욕심이다. 정부의 복지혜택 확대와 개인의 노력으로 절대적 빈곤 자체는 극복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인간은 본래 가질수록 더 탐을 내는 존재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체제가 존재하는 한, 자신보다 부유한 사람에 대해 느끼는 ‘상대적 빈곤’은 누구에게나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이론적으로 생각해 보고 현실을 반영해 보더라도 인간은 결코 가난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가난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쩌면 ‘가난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와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먼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은 ‘대동 사회’라는 이름으로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꿔 왔지만, 이 역시 하나의 ‘이상향’일 뿐이요, 가난이 없는 유토피아는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총평]홍경옥(충남여자고등학교 교사)

▲ 홍경옥 충남여자고등학교 교사
▲ 홍경옥 충남여자고등학교 교사
논술은 자신의 논지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목적을 지닌 글이다. 그러므로 주어진 자료를 자신의 논지에 적합한 논거로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한 관건이 된다. 이 학생은 자료를 훌륭하게 소화해서 자신의 논지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 (나)의 ‘복녀’는 물론이고 (다)의 신체에 무리한 중노동을 통한 의지와 노력조차 빈곤의 악순환으로 분석함으로써 고소득층의 ‘대물림’과 경쟁력을 극복할 수 없다는 논지를 펼치고 있다.

(가)에서 절대적 빈곤의 집중, 소득집중도에 의한 빈부 격차와 양극화 현상의 심화를 해석해 낸 점도 매우 칭찬할 만하다. 그리고 주어진 제시문의 분석에 그치지 않고 자본주의 사회의 ‘상대적 빈곤’을 논거로 제시함으로써 매우 탄탄한 사고력과 어휘력을 지닌 학생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자신이 지닌 사고력과 어휘력을 발휘하여 차근차근 접근하면 누구나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 이 글에서 아쉬운 점은 전체적인 구조를 재조정함으로써 분량을 조절하는 일이다. 분량 기준을 맞추는 일은 첫 번째 감점 요인을 없애는 일이다. 분량 조절은 이미 개요를 작성할 때 결정되므로 개요 작성이 글쓰기에서는 중요한 전략의 하나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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