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아름다운 만남으로 시작하여 참으로 아쉬운 그러면서도 가슴 뿌듯한 헤어짐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궁핍하고 불우했던 시대에 첫걸음을 내디딘 지 사십여 년. 그 긴 세월 생애의 가장 빛나는 시간을 오직 한 길, 사람을 가르쳐 기르는 귀한 일을 해 오신 선생님께서 교단생활을 마무리하시는 의미 있는 자리에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추구하는 부귀나 권력이 아닌 사람다운 사람을 가꾸는 일에 진력하신 선생님과의 만남은 제자들에게나 저희 후배 교사 모두에게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부단히 갈고 닦은 탄탄한 교과 실력으로 몽매한 제자들의 배움의 눈을 틔워 주셨고 힘들어 할 때마다 사랑의 손길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현실과 이상의 차이로 갈등하는 교직 후배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 다시 힘을 내어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셨지요.
공교육 불신과 교단에 대한 오해와 비난으로 기운을 잃은 저희들에게 어려운 상황일수록 아이들 편에서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이어야 한다고 일깨워 주셨습니다.
제자들에겐 어진 스승이시고, 저희들에겐 든든한 울타리이셨던 선생님.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을 꿈꾸며 그것은 오직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는 일로만 가능하다고 믿고 진정한 선생님으로 살아오신 분. 교직의 어려움, 열악한 여건에 대한 저희들의 투정, 서툰 교육 이론을 건방지다 탓하지 않고 실천으로 넌지시 깨우쳐 주신 선생님. 돌아보면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한 저희들의 미욱함이 커다란 회한으로 남습니다.
아이들이 우리의 희망이며 미래라고, 사람을 키우는 일처럼 귀하고 조심스러운 일은 없다고 가르쳐 주신 선생님.
사회 여러 분야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장한 제자들을 많이 길러내셨음에도 해 놓은 일이 없어 부끄럽고 아쉽다며 조촐한 퇴임식조차 마다하시고 홀홀히 떠나시는 선생님. 존경합니다. 우리 교단에 견고하고 흔들림 없는 디딤돌을 놓아주신 선배님의 뒤를 이어 좋은 선생님,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이 되고자 애를 쓰겠습니다. 더러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반듯하게 살아오신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올곧게 이 길을 가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곁눈질 한 번 아니 하고 달려오신 사십여 년, 고단하게 이루어 내신 보람과 결실에 거듭 치하의 말씀을 올리고, 밤낮으로 교직에 매여 접어두셨던 삶의 여유와 멋을 누리실 앞날을 축복하면서 이제 결별의 섭섭함을 달래려 합니다. 어디에 계시든 사랑으로 거둬 주신 제자들, 선배님을 그리워하는 저희들을 일깨우시는 영원한 선생님으로 남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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