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열린공간’ 지향
서구 갈마동의 한 주택가 골목길. 대로변도 아닌 그렇다고 ‘○○○○ 거리’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도 아닌 이 평범한 골목길에 이색적인 전시 공간이 하나 자리잡고 있다. 담쟁이 넝쿨이 늘어진 한 주택의 담장 아래 자리해 언뜻 보아서는 어느 시골의 전방 같아 보이기도 한다.
반지하는 대관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이곳의 운영자들은 굳이 ‘○○대표’같은 직함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누구에게나 열려진 공간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준비된 작가가 있다면 이곳에서는 언제든 별도의 비용없이 전시를 열 수 있고,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운영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전시 목적의 순수성 등 이곳이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거나 다른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전시라면 정중히 사양한다.
이곳이 지역 미술인들로부터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이 운영상의 개방성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2년새 반지하는 대전 유일의 비영리 전시공간인 동시에 젊은 미술인들의 소통공간이자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대안공간’이라 부른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이러한 수식어나 과도한 의미부여를 반기지만은 않는다. 애초 이곳은 어떠한 목표나 목적의식보다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라는 단순한 발상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냥 하고 싶은 전시, 보고 싶은 전시를 열면서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 해서 얼떨결에 문을 열었죠. 인위적인 경계와 구분을 만들고, 어떤 색을 덧입히려하기 보다 있는 그대로 봐 주길 바랄 뿐입니다.”
이강욱씨의 말이다. 하지만 반지하의 실험이 기존 미술계의 보이지 않는 벽과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시도임을 부인하기는 힘들 듯 하다. 그것이 지역 미술계가 이 의미 있는 실험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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