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자주 만나지 못 하는 사람 들이 만나 현악 사중주를 무대에 올린다는 것에 대해 나는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기에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이 들을 어려서 부터 보아 왔기에 세월과 함께 무르익었을 모습이 기대되었기에 매우 설레는 마음으로 이 연주에 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나의 불안함은 첫 번째 곡이 연주되면서 해소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들에게서 이미 높은 수준의 기량과 앙상블에 대한 감! 각이 읽혀졌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흥미롭게 다가온 것은 두 바이올리니스트 신성희와 정하나의 '서로 다름의 어우러짐'이다. 비브라또의 자연스러움과 함께 대범한 힘이 돋보이는 신성희와 섬세하면서 내면적인 면이 돋보이는 정하나의 어우러짐이 그 것이다. 이 두 세계의 절묘한 조화는 이 두 젊은 연주자 들이 앞으로 가질 수많은 경험들을 통해 더욱 풍요로워지리라는 예감과 함께 흐뭇함을 선사하였다.
비올라를 맡은 안용주와 첫 번째 파트의 첼로를 맡은 신상옥과 두 번째 파트의 첼로를 맡은 이일세, 이 세 사람 모두에게서도 멜로디가 아닌 파트(이 번 축제의 화두가 “클라식"이 아닌가! 18세기의 고전 시대의 현악 사중주 작품 들에서는 아무래도 비올라와 첼로 파트인 베이스 파트는 기교적인 면에서 두각을 나타낼 기회는 없다.)를 맡았지만, 실내악 감각이 있는 사람 들만이 소화할 수 있는 노련함을 이 들에게서 엿 볼 수 있었기에 이 날의 연주회는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이 노련함이란 멜로디 파트를 받쳐 주면서, 비올라와 첼로 두 파트만의 어우러짐에도 한 치의 흔들림이 없으면서 베이스 특유의 무게감을 충분히 싣고 있음을 말한다 할 수 있겠다.
이 들의 ‘즐김’을 통해 나역시 그 날 저녁에 행복할 수 있었으니, 이 젊은이 들은 여러 면에서 예술의 근본적인 면에 접근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모든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가끔 느껴지는 소홀한 세부 처리는 아무래도 함께 연습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여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떠한 무대라도 연주자 들은 청중과 작곡자에 대한 책임감과 존경심을 갖고 철저히 준비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최상의 경지에 다다를 때까지는 우직한 연습이 보약임을 젊은 연주자 들은 늘 상기해야 할 듯. 어쨌거나 유난히 무더웠던 그 날 밤, 이들이 흘린 땀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졌음을 말해주고 !
▲바이올리니스트 김미영은...
제네바 국립음악원, 베른 국립 음악원 최종학부 졸업.
국내외에서 독주자, 실내악 연주자로 활동.
대전 시향 악장 역임.
프랑스 Metz 대학, Paris 쏘르본느 대학원에서 음악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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