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 평가 겸허히 받아들여야” 자제 목소리도
대전시 “빠른 시일내 차기관장 공모 돌입 계획”
조석준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관장이 사의를 표명한지 20여일이 지났음에도 지역 문화 공연계 일각에서 조직적인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당 개관 초창기 조 관장과 같이 근무했던 전임 계약직 직원 일부와 조 관장의 ‘공로’를 높이 치켜세우고 있는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 조 관장을 재임용해야 한다는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로비 채널도 전방위에 가깝다. 대전시 고위 관계자와 지역 유지, 전당 후원회 인사, 특정 인맥과 학맥을 총 동원시키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시의 고위 관계자는 “여러 채널을 통해 조 관장의 사의를 반려해 줄 것을 요구하는 부탁이 계속돼 난감하다”고 말할 정도다.
대전시는 여기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다. 전당 관장 교체론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사퇴의 변을 내놓고 관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사람을 왜 그렇게 옹호하는지 모르겠다는 게 대전시의 반응이다.
박성효 대전시장도 산하 기관장이 대전시와 협의 없이 사의를 표할 경우, 지체 없이 사표를 수리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조 관장의 항변에 대해 대전시가 무척 불쾌하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 문화공연계는 본인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에 차기 관장을 빨리 공모해 흐트러진 전당 안팎의 질서를 다잡아야 한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한 지역 인사는 “그가 지난 4년간 해온 전당 운영 성과가 적지는 않았으나 상당 부분은 지역 문화 예술계 홀대와 전당 직원 간의 갈등 등을 관리하지 못했다”며 “공과를 분명히 평가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떠나는 마당에 조 관장의 의지와 달리 주변 사람들이 너무 설치고 다닌다”며 “이는 조 관장이 그동안 쌓아 놓은 공적을 한 순간에 무너트릴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서로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조 관장의 재임용을 줄 곧 주장하는 쪽의 한 인사는 “ 지난해 함신익 대전 시향 감독 재임용 불가에 이어 조 관장의 사퇴는 정치 바람과 무관치 않다”며 대전시를 맹비난했다.
이들은 시장이 바뀔 때 마다 예술단체장이 교체되는 일이 빚어질까 우려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공연계 수장들이 ‘정무직’으로 변질될 소지가 높다는 것도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조 관장 교체론자들은 그동안 예술 단체장의 자리가 관행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받아 왔던 것이 깨치면서 홍역을 겪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능력에 따른 인사 방침이지 정치적 코드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조관장이 사퇴의 변에서 밝힌 ‘새 술은 새 부대’라는 표현은 전임 시장이 중시했던 ‘고급문화 육성정책’에서 최근 시가 발표한 ‘창조도시’에 맞는 문화정책과 ‘서민문화’를 중시하는 박 시장의 문화코드로 변화됨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시 관계자는 “항상 예술단체장이 교체되는 분위기에서는 말들이 많다"며 " 빠른 시일 내에 차 기 관장 공모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