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세균도)대화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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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세균도)대화가 필요해?

  • 승인 2007-08-20 00:00
  • 신문게재 2007-08-21 21면
  •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시스템미생물연구센터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시스템미생물연구센터
▲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시스템미생물연구센터
▲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시스템미생물연구센터
지난 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큰 이슈는 ‘탈레반과의 직접대화’와 ‘남북 정상회담’이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라는 방법을 제일로 생각하여 이를 추구하려고 한다.

자연계에서 인간을 제외한 많은 고등 동물들 또한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지만 각각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같은 포유류인 돌고래는 음파를 이용하여 조금 복잡한 이야기를 주고 받아 먹이감을 사냥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에서 처럼 아주 복잡한 대화를 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많은 곤충들 또한 페로몬으로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이 알려져 있다. 배율을 조금 더 높여서 미생물의 세계를 들여다 보자! “미생물들도 대화를 할까?”라는 질문은 미생물학자들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미제 중에 하나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다세포인 곤충이나 동물과는 달리 미생물은 단세포 생명체(unicellular organism)이다. 이들이 무슨 이유에서 대화가 필요하리라는 것은 쉽게 이해가 잘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1960년대 말 하와이 근해에 사는 특이한 오징어의 눈주위가 밤에 발광하는 이유를 연구하고 있던 한 과학자는 이 빛을 발하는 이유가 ‘비브리오 피셔리(Vibrio fischeri)’라고 불리는 세균에서 기인한다는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빛을 만드는 효소의 생산이 세균의 생장곡선에 따르지 않고, 세균의 밀도가 어떤 숫자 이상에 달했을 때 갑자기 발현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 현상을 변호사였던 자기 사촌의 아이디어를 받아 들여 quorum (정족수- 미국 법정에서 사용하는 결정을 지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배심원수) sensing (인식)이라고 불렀다.

그 후 많은 미생물학자들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많은 세균들이 이러한 ‘정족수인식’기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더 흥미롭게 인간과 식물에 병을 일으키는 대부분의 세균들이 이러한 밀도인식 기구를 통하여 기주로 침입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왜 이들 세균들이 병을 일으키기 위해 ‘정족수 인식’기작을 작동 시켜야 할까?” 가장 쉬운 설명 중에 하나는 다세포생물인 기주를 직접 공격하기 전에 자기의 존재가 기주에게 알려진다면 기주는 다양한 인식 도구를 이용하여 이들 세균들을 사멸 시킬 것이다.

하지만 기주가 먼저 공격을 하기 전에 순식간에 기주를 먼저 공격한다면 병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speed(속도)와 기주를 공격할 수 있는 세균의 충분한 밀도이다. 더 나아가 미생물학자들은 이들 세균들이 기주를 공격할 때 기존에 단세포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다세포적인 형태를 형성하는 것이 보고되었다. '바이오 필름(Biofilm)’은 생물학관련 영화가 아니라 세균들이 서로 뭉쳐서 버섯모양의 생체막을 형성된 것을 부르는 말이다. 이 생체막은 세균이 서로 대화하면서 외부의 자극이나 스트레스에 대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단세포라고 보기에는 설명하기 힘든 다세포 생명체의 특성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생체막을 좀 더 분석해 보면 한 종류의 세균종만 이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세균종이 뭉쳐서 존재하며, 서로 도와서 생체막을 형성, 유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 사이의 대화에서도 항상 이 대화를 방해하고, 왜곡하는 부류가 존재 한다. 최근 싱가포르 연구팀에 의해 밝혀진 사실로는 세균에서도 정족수인식기구를 방해하는 부류가 발견 되었고, 이 세균들은 다른 세균의 정족수인식 화학언어를 완벽하게 파괴하여 서로의 대화를 방해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 알려졌다. 지난주 우리나라에 보도된 두 가지 큰 대화가 잘 진행되기를 바라며 미물이라 여겨지는 세균에서 일어나는 서로 다른 그룹간의 긴밀한 대화가 우리들에게도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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