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은 아니겠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열대야란 것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매스컴에서 여름의 뜨거운 잠 못 이루는 밤을 열대야라고 불러주면서 이제는 해마다 여름이면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지금의 이 국지성 호우가 바로 소나기인가요? 장마도 아니고 태풍도 아니고 여하간 기후전문가가 아니어서 잘은 모르지만 뭔가 과거의 소나기와는 다른 수상한 냄새가 느껴지는 그런 비입니다. 아마도 제 불안이 그 원인일 수도 있겠지요.
우리가 사는 이 땅이 아열대의 기후로 변해간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요즘입니다. 조만간은 아니어도 나뭇잎은 점점 넓어지고 작열하는 태양 사이로 갑자기 스콜이 내릴 날이 올 듯 합니다. 그러면 삼면이 바다인 우리 땅의 연안은 얼마가 물에 잠긴다고 하지요.
성경의 소돔과 고모라가 어느날 불길에 휩싸여 사라졌고 폼페이가 땅 속에 묻혔으며 아트란티스는 바닷 속으로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이미 폼페이의 유적은 전설이 아니었고 소돔과 고모라, 그리고 아트란티스로 유력시되는 유적들도 있다니 이 모든 곳들이 그냥 사람들의 머리속에서 만들어진 것만은 아닌 듯 합니다. 아마도 그렇게 번창했던 도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하지만 그렇기야 했겠습니까? 이미 그런 조짐과 위험은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신호를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다만 그 조짐과 위험에도 불구하고 무시하거나 애써 축소했던 사람들의 탓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환경의 재앙을 설파하는 분들의 논리가 비약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 지금 우리 민족이 누렸던 어떤 시대보다도 풍족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문명의 이기는 물론이고 의식주도 또 물도, 땅도, 공기도 정말 흥청망청 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가 다르게 몸이 느끼는 것을 보면 기후의 변화라는 막연한 명제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누릴 수 있을 때 기를 쓰고 누려보자는 생각으로 누리는 것의 결과가 과연 어떨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은 내 아이들, 또 그 아이들의 아이들도 누리고 살아야 가야할 땅인데 말입니다. 그 물이고 그 공기인데 말입니다. 내 아이의 아이들이 살아갈 때라는 것이 결국은 21세기 말이나 22세기 초입니다. 이렇게 피부가 느낄 정도로 10여년 사이에 기후가 변해가는데 100년 후,정말 상상하기도 끔찍합니다.
저는 환경론자는 못 됩니다. 다만 요즘 피부가 느끼는 것으로부터 조금은 아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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