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처서퇴복(處暑退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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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처서퇴복(處暑退伏)

  • 승인 2007-08-19 00:00
  • 신문게재 2007-08-20 20면
  • 김형태 한남대 교육학과 교수김형태 한남대 교육학과 교수
며칠만 지나면 처서가 온다. 이제 모기도 입이 비뚤어질 판이고 열대야도 추억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계절을 운전하는 하나님의 질서는 이렇게 정확하다. 무덥고 비오던 여름도 이제 서서히 지나가고 옛사람의 말대로 淸風甘來 處暑退伏이 오고 있다.

영국 수상 원스틴 처칠은 영국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온 국민의 절제와 충성을 부탁하면서 스스로 국가를 위해 자신의 3대 액체인 땀과 눈물과 피를 바치겠다고 했다. 노력의 상징인 땀과 사랑의 상징인 눈물과 생명의 상징인 피를 바치겠다면 더 무엇을 요구하겠는가? 그러한 애국 충정의 리더십 때문에 영국은 어려운 전쟁을 치르면서도 막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민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남북 관계의 정상화와 국가의 발전에 보탬이 되어야겠다. 그것은 언어의 유희와 마음의 결심만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샤넬 넘버 5는 전 세계 여성들의 사랑을 받는 클래식한 향수이다. 그 원액 28그램을 만들기 위해 45킬로그램의 장미 꽃잎이 필요하다고 한다.

거북의 등껍질과 조개껍질을 갈아 만든 소합향과 나감향, 나무를 상처 내어 진액을 추출한 풍자향도 마찬가지다. 진짜 꿀 한 숟가락을 얻기 위해 꿀벌은 꽃과 벌집사이를 4,200번 왕래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소중한 것치고 언제 아무데서나 손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진주조개가 그렇고 다이아몬드가 그렇고 나비의 부화가 그렇다. 대장간에서는 시뻘건 불에 달군 쇠붙이를 찬물에 넣는 담금질을 통해 단단한 연장을 만들어 낸다. 똑같은 원리이다.

폭풍우가 있어야 명선장이 양성되고 한겨울 추위가 있어야 예쁜 진달래 꽃을 볼 수 있다. 소설가 죤 크리시는 564권의 책을 쓰기 전 출판사로부터 753번이나 거절당하는 어려움을 경험했고 미국의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는 714개의 홈런으로 1976년까지 최고 기록을 세운 홈런왕이지만 그 뒤안길에 1,330개의 삼진아웃 신기록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며 비속에 젖지 않고 성숙되는 열매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원하는 삶의 목표를 추구할 때 나 개인편에서도 장애물이 있고 환경이나 남의 편에서도 어려움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7번 넘어지면 8번 일어나는 오뚜기 자세로 계속가면 드디어 목적지점에 이를 것이다. 사업가나 직장인이나 공부하는 학생 모두에게 이 같은 집념과 끈기는 중요한 덕목이다. 내 두레박 끈 짧은 것을 모르고 우물 깊은 것만 탓해선 안된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내 쪽에 귀인(歸因)시키는 적극적 자세가 중요하다. 무덥고 지루한 여름은 가게 되어있다. 그러나 그 뙤약볕이 있기에 땡감이 익고 곡식이 영그는 것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시련을 극복해야 그 결과로서의 축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苦盡甘來! 쓴 것이 지나면 단 것이 온다.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울며 씨를 뿌린 자는 웃음으로 그 단을 거둘 수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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