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발상 돋보이는 코미디
풍성한 이야기… 유쾌한 웃음
30년 뒤, 삼청교육대를 ‘교육대`로 넘겨짚고 ‘눈치입학`한 공영탄(임창정)이 우연히 마을에 흘러든다. 새로 부임하는 교사를 기다리던 주민들은 ‘교육대` 출신 영탄을 교사로 반기는데. 매일 덧셈 뺄셈만 가르치는 짝퉁 교사 영탄을 마을 사람들은 의심하기 시작하고, 영탄 또한 뭔가를 숨기는 주민들이 수상하기만 하다.
남북분단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웃음으로 풀어낸 발상이 신선하다. 그동안 남북관계라는 묵직한 현실을 다룬 영화들은 ‘쉬리`나 ‘공동경비구역 JSA` 같은 비극적인 드라마가 대부분이었다. 이산가족을 다룬 ‘간 큰 가족`이 코미디였다고는 하나 바탕에 깔고 있는 건 실향의 아픔이었다. 심각한 문제구나 생각하지 않고 웃으면서 이런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 아픔을 소화하는 방식에 여유가 생긴 듯하다고 할까.
그렇다. 분단이나 한국전쟁이라는 소재를 반드시 심각하게 다뤄야 하는 건 아니다. ‘만남의 광장`은 하루아침에 이산가족이 되는 말도 안 되는 비극을 절묘하게 코미디로 전환시키는 맛이 제법 있다.
이 영화의 미덕은 또 있다. 앞뒤 안 맞는 개그를 펼치다 신파로 매듭짓는 요즘 코미디의 틀을 벗어났다는 점이다. ‘웃자고 만든` 코미디 물답게 웃음코드를 지뢰밭처럼 깔아놓으면서도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다. 이야기는 꽤 꼼꼼하다. 덕분에 모처럼 이야기도 풍성하고 웃음도 가득한 유쾌한 영화가 됐다. ‘핏줄의 정은 국가도 이념도 막을 수 없다`는 메시지도 명확하다.
여기에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극의 윤활유 역할을 하면서 완성도를 높인다. 임창정 박진희 두 주인공 배우의 연기도 깔끔하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임현식 김수미 이환위 등 조연들.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오는 이들 배우들 덕에 코미디의 맛이 더욱 잘 살아난다. 특히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한 진짜 교사 류승범의 코믹 연기는 압권.
몰래 땅굴을 뚫어 30년을 숨어서 만나온 남과 북의 가족들은 어머니의 칠순잔치를 몰래 판 땅굴 속에서 갖지만 남과 북의 군인 모두에게 쫓긴다.
여기서 코미디를 포기하고 진지하고 비극적인 모드로 가는가 싶던 영화는 그러나 재치 있게 상황을 넘기며 끝까지 웃음을 안긴다. 국산 코미디가 다 그렇지 뭐, 했던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서만큼은 편견을 한번쯤 접어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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