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낭만적인 일탈의 즐거움
톡톡 튀는 대사… 트렌디한 화면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못잖다
발칙하다고 해야 하나 쿨 하다고 해야 할까. 두 부부의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 네 남녀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덕목으로 여기고 배워온 기자 같은 사람에게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같기도` 같은 영화다. 결혼하면 사랑도 못하냐 하고 힐난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결혼의 의무가 연애의 욕망보다는 세지 하고 감싸는 것 같기도 하다.
하여튼 여기 두 부부가 있다. 먼저 유나(엄정화)와 민재(박용우)부부. 연애 4년에 결혼 3년차. 서로 미칠 만큼 갖고 싶어서 결혼했지만 지금은 “날 보면 심장이 뛰어?”라고 물으면 “아직도 그러면 심장병이지”라고 대답하는 평범한 부부다.
다른 커플은 영준(이동건)과 소여(한채영)부부. 영준은 차갑다 못해 재수 없다는 소리를 듣는 일중독자이고 소여는 새장 속의 새처럼 주어진 삶을 묵묵히 수용하며 살아 온 조명 디자이너. ‘한 번도 뜨거운 적이 없었던` 냉랭한 부부다.
이 두 부부가 친구의 바에서 만나면서 서로 엇갈리는 연애가 시작된다. 유나와 영준 커플은 로맨틱 코미디에, 소여와 민재 커플은 격정 멜로에 빠지는 것.
불륜 혹은 스와핑 같은 도발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듯한 제목과 줄거리와는 달리 영화는 ‘연애 로망 판타지`로 포장해 슬쩍 비켜 간다. 욕망을 격정적으로 드러내는 몇 장면을 제외하면 네 사람의 연애는 순수한 사람의 감정으로 그려지는 것. 덕분에 도덕적 딜레마를 가볍게 갈무리한다. 많은 남성 관객의 관심을 모으는 한채영과 박용우의 베드신도 기대보단 약하다.
톡톡 튀는 대사가 빛난다. 소여가 영준에게 묻는다. “머리 푼 게 나아요, 묶는 게 나아요?” 무심한 남편은 대답이 없다. 하지만 소여가 물었던 이유는 민재에게 “머리를 푸니까 예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사랑…`의 대사들은 내 안의 새로운 기척에 내 안의 오래된 것들을 돌아보는 사람의 마음을 놓치지 않는다. 그것도 유쾌한 분위기를 배경에 깔고서다.
때깔도 곱다. 전문직에서 일하는 도시 남녀의 여유롭고 풍성한 삶의 질을 보여주듯 선남선녀 배우들은 명품으로 치장했다. 놀아도 서울과 홍콩에서 가장 좋은 곳만 골라 다니며 논다. 트렌디한 바와 호텔, 멋진 숍들, 40억 원이 넘는다는 영준 커플의 집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그야말로 누구나 한번쯤 꿈꿔 볼 만한 연애 판타지를 화려하고 낭만적으로 펼쳐놓는다.
이른바 2030세대의 ‘트렌드 아이템`을 집약한 ‘지금 사랑…`은 재치 있고 재미있다. 스타파워를 앞세워 뻔한 공식으로 사랑을 재잘대는 어쭙잖은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보단 훨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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