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은 우리의 사고나 행동을 지배하는 기본 틀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패러다임의 변화는 비단 학문 분야뿐 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주장된 지동설이 이전의 천동설을 대신하면서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사고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처럼, 농업사회의 가족제도인 대가족제도가 산업사회의 핵가족제도로 대체되면서 생활관습이나 제도 심지어 가옥구조 등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아파트구조는 철저히 핵가족 패러다임에 적합한 가옥형태라 할 수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교육 분야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며 특히, 지식패러다임의 변화와 깊은 관계를 갖는다고 본다. 우리가 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지식의 대상은 시대에 따라 중요성이 변화하게 되는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지식은 노하우(Know-How)이다. 어떤 문제에 관하여 탐색하고 시행한 결과로 축적된 체계적 경험과 지식을 뜻한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 활용하는 지식인 노웨어(Know-Where)가 등장하더니, 최근에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아는 문제인식의 지식인 노왓(Know-What)과 문제의 밑바탕을 이루는 인과법칙 또는 근본 원리를 이해하는 지식인 노와이(Know-Why)가 중요한 지식으로 부각되고 있다.
디지털시대에서 중요한 지식은 문제를 푸는 방법도 해답을 찾는 방법도 아닌 무엇이 문제인가를 알아내는 지식이다. 우리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무엇이 문제이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 기업에서 경영상의 문제를 정확히 알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생산성 저하나 판매부진이 무슨 문제 때문에 일어나며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를 알 수만 있다면, 이를 수행하는 방법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근본 원리를 이해하면 언제든지 상황과 조건이 변해도 최적해를 얻는 것이 가능해 지게 된다. 이제는 교육이 문제는 주어지고 단순히 이를 푸는 방법이나 해답을 찾는 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문제의 근본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는 지식을 가르쳐야 할 때인 것이다.
디지털시대에서 학교나 교사가 교육의 상대자인 학생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아날로그 방식의 전달식 수업만을 진행한다면, 가상공동체인 3차 집단의 일원으로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소위 ‘N세대’ 학생들에게는 낡고 부적합한 교육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교육은 상호작용방식의 토론식 수업형태가 활기를 띄게 될 것이며, 교사들은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의 변화를 이해하고 일방적 지식전달자가 아닌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는 개개인 학생들을 위한 보조자로서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학교는 손쉽게 참여와 탈퇴가 이루어지는 3차 집단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을 재구축하여야 한다. 소그룹 활동을 강화하고 교사와 학생, 또는 학생간의 대면적 상호작용을 심화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여, 상호신뢰와 정서적 유대란 측면에서 학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교육시스템으로 변모되어야 한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 박사가 지난 4월 서울에서 개최된 IT 컨퍼런스 ‘엔트루 월드 2007(Entrue World 2007)'의 기조연설에서 국가의 부는 인적 자원의 총합이며, 인재경쟁, 인간 자본이 매우 중요해 질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21세기 교육은 과거와는 달리 정답도 교사도 없으며 해답은 끊임없이 바뀐다고 주장하면서. 북 유럽 4개국의 교육개혁을 본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암기가 아닌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하는 21세기 교육에서 교육자는 교사(teacher)가 아닌 촉진자(facilitator)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전체적인 사고능력’과 ‘새로운 것을 발상하고 실행해 나가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교육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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