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시장개척 문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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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시장개척 문턱 높다

자치단체 거래 외면·대기업 기술 유출 ‘이중고’ 업체 “차라리 기술만 팔아먹는 게 속편해” 하소연

  • 승인 2007-08-15 00:00
  • 신문게재 2007-08-16 8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유성구 노은동에 위치한 A회사는 재난관리시스템을 개발한 무선통신 전문기업이다.
저비용에다, 위치기능까지 가능해 산불 감시에서부터 발생, 발생원인, 진화상황 등 재난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안전모에 무선 센서 노드를 부착, 근로자들의 위험 노출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어 산업안전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대전·충남 자치단체와 산업현장에서 이 회사의 시스템을 찾기가 어렵다.

A사 대표는 “공공기관의 경우 아무리 좋은 제품이 나와도 기존의 제품이나 거래 업체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며 “우리 같은 신규업체가 시장진입이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둔산동에 있는 B사는 영상인식 제어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집안의 전등에서부터 현관문 개폐, 가스밸브, 애완동물 먹이주기, 무단침입 감지에 이르기까지 어디에 있든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자랑한다. KT와 삼성테크원 등 굵직한 기업과 전략적 제휴까지 맺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사업 초기 B사는 기술력을 통째로 빼앗길 뻔했다. 대기업 때문이다. 거래를 위해 기술 시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기업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이 B사의 기술을 기존 협력업체에 설명하며 개발을 독촉했던 것이다.

B사 대표는 “하마터면 심혈을 기울여온 기술성과가 무용지물 될 뻔 했다. 키워놓은 인재도 모자라 이제는 기술까지 뺏으려고 한다”고 했다.

신기술로 시장개척에 나선 중소기업들이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거래 관행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관들은 새로운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로, 대기업은 로비 관행 때문에 좀처럼 협력업체를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등 좋은 조건에서 유수한 기술을 개발한 업체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기술과 제품이 좋아도, 판로 개척이 쉽지 않아 이른바, ‘기술만 팔아먹고 사는` 업체가 상당수다.

최근 통합정보안내 시스템을 개발한 C업체의 대표는 “차라리 인력을 대폭 줄여 연구인력만으로 기술을 개발, 로열티를 받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도 많이 해봤다”고 말했다.

자치단체 관계자는 “좋은 제품을 쓰지 않는 게 아니고 신제품인 만큼 충분한 검증 과정이 필요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관계자도 “일부 관행도 있겠지만, 우수한 기술만 있다면 당연히 새로운 협력업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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