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든 주의든 그런 것을 받으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야 하는데, 주의를 받고도 별로 긴장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더 솔직하게 고백한다면 그저 쓴 웃음이 나왔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젠가 직장에서 승용차 요일제를 도입하면서 번호에 따라 자동적으로 결정된 요일이 아닌 다른 요일을 선택해서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을 사람은 신고하라고 해서 필자는 금요일을 쉬는 날로 지정하여 신고한 바 있고, 그에 따라 내 차 앞유리에는 ‘금`자가 인쇄된 작지 않은 딱지까지 붙어 있으니, 따지고 보면 목요일 운행은 지극히 합법적이었기 때문이다. 직원이 그런 자세한 사항을 확인하지 않고 그저 개별 차량의 끝번호만 보고 단속하는 바람에 억울하게 경고를 받은 경우이다.
그렇다고 단속 직원에게 따질만한 일도 못 된다. 그래서 스스로 내 차가 쉬는 날을 다시 목요일로 바꾸고 말았다. 당초부터 자동차 쉬는 날을 정한다는 것이 내게는 큰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필자는 요일과 관계없이 사정이 닿는 대로 연구실로 출근하는 좋지 않은 습관을 익혀온 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편하게 단속하는 직원이 적용하는 기준에 ‘순응`해서 목요일에 차를 운행하지 않아도 더 불편할 게 전혀 없다.
하지만 자동차 쉬는 날을 차주가 스스로 정해서 신고하라고 한 것은 무엇이고, 그걸 무시하고 차량 끝번호만 보고 단속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 쉬는 요일을 신고받는 기관은 어디이고 단속하는 기관은 어디인가? 도대체 크지도 않은 한 기관에서 이렇게 손과 발이 맞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이런 데 생각이 미치게 되자, 결국 떠오른 것이 이 문제가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발견되는 시스템적 운영체제와 사고의 결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떤 조직이든 그것이 제대로 된 시스템이라면 어떤 목적이 정해졌을 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관련된 부서, 사람, 제도, 자원 등이 유기적 관련을 맺으면서 활동해야 하는데 도대체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스템적 운영체제와 사고의 결여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잘못된 단속`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승용차 요일제만 놓고 보더라도 시스템적 사고의 부족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승용차 요일제의 목적이 에너지 절약의 생활화에 있다고 한다면, 단속만 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에너지를 덜 쓰는 방식으로 출퇴근할 수 있도록 대체 수단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 그런 데는 어느 기관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쉽게 할 수 있는 일로 직장별 카풀제의 활성화,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정보 제공, 지하철역과 직장을 연결하는 근거리 교통수단 구축(셔틀버스 등) 등이 있지만 여기에 관심을 보이는 기관은 많지 않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시민들이 보행이나 자전거와 같은 녹색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안전하게 출퇴근할 수 있도록 자동차 위주의 도로체계 자체를 개혁해야 하는데, 그저 보도위에 자전거용 도로를 표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 지금 같은 도로체계에서는 걷고 싶고 자전거를 타고 싶어도 불안해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이러한 대체 수단을 마련해 주지 않고 단속만으로 승용차 요일제를 시행할 때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요일제에 걸리는 날에 승용차를 직장 가까이까지 몰고 와서 직장 근처에 주차시키는 사람, 끝 번호가 다른 차량을 이용해서 출퇴근하는 사람, 이도 저도 마땅치 않아 집에서부터 택시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새로운 ‘적응` 방식을 택하게 된다면 과연 승용차 요일제가 목표로 삼고 있는 에너지 절약의 생활화가 달성될 수 있을 것인가? 승용차 요일제와 같이 작은 것처럼 보이는 일에도 시스템적 사고와 접근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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