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짝퉁이란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어떻게 규정해야할 지 모르지만 가짜, 거짓, 허위, 위조 등의 뜻을 가지고 있음엔 틀림없다.
의류나 가방, 시계, 구두 등 신변잡화에서부터 각종 농·공산품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엔 온통 짝퉁이 판을 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짝퉁 박사 등 가짜 학위, 가짜 경력, 정당에까지 짝퉁이 등장하고 있는 판이다.
최근 신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합당을 놓고 `짝퉁 대통합`이라고 말들을 한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 가짜와 거짓이 횡행하고 있는 현상은 전반적으로우리 사회의 양심과 윤리 등 도덕적 수준이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검찰과 경찰이 최근 `신뢰인프라 교란 사범 전담반`이란 이름도 생소한 조직을 편성하고 학위, 자격증, 특허인증 등의 위조, 사칭 범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대학은 물론 특히 사설 학원가에 만연하는 학력사칭 사례를 뿌리뽑기 위해서다.
사칭의혹이 있는 외국대학이나 명문대학의 학위를 조회해 가짜를 가려낼 방침이다.
또 각 교육청도 자체 조사를 통해 가짜 학력강사를 채용한 학원엔 휴원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대전을 비롯한 충청지역 학원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벌써 스스로 물러나는 강사가 있는가 하면, 앞으로 휴업에 들어갈 학원도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사태는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까지 맡았던 대학교수의 학위가 가짜로 밝혀지면서 비롯됐다.
뒤이어 방송계 인기 영어강사, 유명 만화가, 인테리어디자이너 대학교수, 연예계 대학교수 등이 학력을 속인 사실이 속속 드러나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같이 가짜 학력과 경력이 만연하게 된데는 외국 대학들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국내 대학의 학력조회조차 쉽지 않은데다 검증제도마저 부실하기 때문이다. 또한 실력보다는 `간판`을 중시하는 사회풍조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실력보다 학력과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풍조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전통으로 이어온 우리 사회의 관행이고 병폐라고 할만하다. 60년대 우리 사회엔 `우골탑`이니 `먹고대학`이니 하는 말이 유행했다.
대학간판이 있어야 행세하고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기에 소 팔아 등록금 대며 공부는 안하고 간판만 딴다는데서 생긴 말이었다.
최근 가짜학위 파문이 일면서 20~3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명 중 1명이 취업이나 성공을 위해 학력위조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대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구직활동을 하면서 학력이나 학벌 때문에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이 66.5%나 됐다.
일반적으로 교육이 개인의 능력을 신장시켜 질높은 일을 좀 더 잘할 수 있게해줄 가능성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업종에 따라 다르고 개인적 인성이나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학력이 곧 실력이고 실력보다 학력을 중시하는 풍토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학력이 부족하면 성공할 수 없는 사회구조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가짜나 거짓은 그것이 필요한 토양에서 자라기 마련이다.
학력을 속여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크기 때문에 학력의 위조가 성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가짜학위사태가 교육계나 예술계를 비롯해서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안겨주자 언론은 물론 뜻있는 인사들이 일제히 실력보다 간판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풍조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소리를 높이고 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회풍조를 탓하며 학력을 속이는 행위가 용인될 수는 없다.
개인의 이득이나 신분과시를 위해 학력을 속일 수 있는 사람은 다른 거짓도 꾸밀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 사회 곳곳에 거짓이 횡행하면 사회의 신뢰 분위기가 흔들려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가짜 학력만 뿌리 뽑을게 아니라 이참에 `짝퉁 몰아내기`, 거짓 몰아내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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