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순배 선병원 홍보실장 |
23명의 인질이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이었다면 미국 정부는 어떤 판단과 선택을 했을 지 묻고 싶다. ‘파란 눈을 가진 그 눈가에서 눈물을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이기적인 미국식 인권이요, 인간 존엄의 가치인가 보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때문에 원칙에 벗어나는 조치를 할 수 없다는 발언은 피랍된 한국인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다는 반증이다.
이번 사태의 열쇠는 바로 미국이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의 대표성과 정통성을 부인하면서 유엔이 협상에 나서라고 요구하는 행위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해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지만 우리는 백악관을 바라보고 호소해야 한다는 현실이다.
미국은 필요할 때면 한미동맹을 거론하면서, 파병문제를 놓고 국민들의 파병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가 파병해서 얻은 한미동맹의 결과가 바로 이것인가. 본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은 무엇인가?
아무런 무장을 하지 않은, 더구나 전쟁으로 고통 받는 아프간 어린이와 노약자들에게 봉사활동을 해 온 무고한 사람들을 납치 살해한 만행을 언제까지 지켜볼 것인가? 정부의 협상 방식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탈레반이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 관계국들에게 당당하게 말하자. 아프칸 정부를 상대로는 무고한 대한민국 국민들을 더이상 절대로 희생시킬 수 없다는 단호하고도 확고한 `자국민 구출 의지`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미국을 향해서는 절실한 협력요청에 대해 최선을 다해 호응해 온 아시아지역에서의 최대 협력국이며 따라서 한국정부와 국민이 강력하고도 확고한 자국민 구출 의지가 있다는 것이 확인시켜야 한다. 어떤 국가도 감히 이를 함부로 묵살하거나, 거부하지 못한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자국민 구출 의지로 이탈리아의 경우 자국의 기자 한명과 탈레반 죄수 다섯명을 맞바꾸어 구출한 사실을 기억하자.
해외, 자국민 보호할 프로그램이 무엇인가?
사상 유례없는 많은 민간인 한국 인질들을 무사귀환 시키기 위한 절대적 조건인 ‘탈레반 죄수들과의 맞교환`을 거부한다는 것은 아프칸이나 미국에 있어 결코 있을 수 없는 배신행위임이 분명한 것이다. 결국 탈레반 죄수들을 맞교환하는 조건을 수용한다는 것은 한국에게만 해주는 행위가 아님은 자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은 피랍인의 가족의 고통과 피랍자 개개인의 생명의 존귀함 앞에 열쇠를 돌려라. 파란 눈의 눈에서 나오는 눈물만 닦아 줘서는 안 된다.
한편으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정부의 자국민을 보호할 능력을 갖추지 못함이 유감스럽다.
지금 이 시각에도 공포와 죽음 앞에서 목숨을 구해달라고 조국을 애타게 찾으며 황갈색의 뜬눈으로 지내고 있을 그들.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우리의 사랑하는 이고 이웃이며, 그 무엇보다 존엄한 인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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