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턴)25년 후 돌아온 기억… 핏빛 살인이 시작된다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리턴)25년 후 돌아온 기억… 핏빛 살인이 시작된다

감독: 이규만, 출연: 김명민, 김태우, 유준상, 정유석 네 명의 용의자… 나상우는 누구?

  • 승인 2007-08-10 00:00
  • 신문게재 2007-08-11 9면
  • 안순택 편집위원안순택 편집위원
살인 둘러싼 팽팽한 두뇌게임
탄탄한 스토리.스릴 넘치는 반전 압권
연기파 배우들의 대결도 볼만


게임 한 판하실까요? 뒤에 소개되는 네 사람 가운데 내가 누군지 맞추는 게임입니다. 사지선다형이라 그리 어렵지 않겠다구요? 글쎄요. 준비되셨나요? 그럼 병원으로 가봅시다.

내 이름은 나상우. 열 살 때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분명히 마취를 받았는데 기계톱이 뼈를 자르는 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거였습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이 온 몸을 휘감았지요. “아프다. 그만두라”고 소리쳤지만 마취된 근육은 꼼짝도 안 하는 겁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그걸 의학용어로 ‘수술 중 각성`이라고 한다더군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수술의 공포와 내장을 헤집는 끔찍한 고통은 어린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요. 살인을 하고도 아무런 느낌이 없는 사이코패스 같은. 아버지는 최면으로 제 기억을 봉인하고는 가족들을 데리고 잠적했습니다. 이름도 바꿨죠.

아마 여러분도 봉인하고픈 기억이 있을 겁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수면위로 비집고 나온다면 어떤 기분이겠습니까? 어느 날 봉인이 풀려버렸습니다. 잠재의식 밑바닥에 꽁꽁 가둬놓았던 검은 그림자가 고개를 들었을 때 두려웠습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끔찍한 상처를 지닌 상우가 25년 세월을 넘어 ‘리턴`한 겁니다.


제 소개는 했으니 게임을 시작할까요? 네 명을 소개하죠. 첫 번째 인물은 류재우(김명민)입니다. 수술이 잘못돼 환자가 죽었고 피해자 가족에게 시달리는 외과의지요. 김명민이란 배우 때문에 ‘하얀거탑`의 장준혁이 떠오를 텐데 재우는 냉철하지만 속 깊고 환자를 위해선 어려운 수술도 마다않는 착한 심성을 갖고 있죠.

두 번째는 강욱환(유준상)입니다. 거친 행동이 불안한 심리를 드러내죠. 재우의 친구를 자처하지만 과거는 모호하고 미국에서 쫓기듯 귀국한 이유도 수수께끼입니다. 세 번째는 재우와 같은 병원에 일하는 오치훈(김태우). 최면치료에 능한 정신과 의사로 그의 입술 뒤로 기묘한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조용하지만 불길하죠.

네 번째는 마취과 의사인 장석호(정유석)입니다. 마취부적응 환자를 수술해야 하는 재우가 마취 대신 최면을 선택하고 치훈을 끌어들이자 반발하죠. 치훈을 의심하고 공격하는 인물입니다.

이 네 사람 가운데 제가 있습니다.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힌트가 너무 부족하다구요? 지면 관계상 더 이상의 힌트를 드리긴 곤란하고, 그렇다면 영화를 보는 수밖에….

미리 일러두지만 영화 속에서 저를 찾으려면 고통스럽고 공포가 스멀거리는 미로를 통과해야 한답니다. ‘리턴`은 ‘상우가 누구냐`가 기둥이지만 묘미는 그를 찾는 과정에서 속속들이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에 있습니다. 실수나 착오는 누구나 합니다. 그렇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인간의 불완전성이 빚어내는 비극은….

각각의 이야기를 배치시키고 꿰매 맞추는 이규만 감독의 솜씨는 이 영화가 데뷔작이라곤 믿지 못할 만큼 노련합니다. 스토리도 치밀하죠. 반전의 묘미도 있구요. 피도 귀신도 없지만 무섭고, “신선하고 잘 만든 스릴러”라는 평을 듣는 이유를 확인해 보시길. 또한 남자 주인공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극의 완성도를 한껏 높여놓았답니다.

스릴러 팬이라면 모처럼 ‘머리 굴리는 맛`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찾으셨다구요? 아직 영화를 못 본 분들을 위해 비밀로 하시는 거 잊지 마세요.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