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스토리.스릴 넘치는 반전 압권
연기파 배우들의 대결도 볼만
게임 한 판하실까요? 뒤에 소개되는 네 사람 가운데 내가 누군지 맞추는 게임입니다. 사지선다형이라 그리 어렵지 않겠다구요? 글쎄요. 준비되셨나요? 그럼 병원으로 가봅시다.
내 이름은 나상우. 열 살 때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분명히 마취를 받았는데 기계톱이 뼈를 자르는 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거였습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이 온 몸을 휘감았지요. “아프다. 그만두라”고 소리쳤지만 마취된 근육은 꼼짝도 안 하는 겁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그걸 의학용어로 ‘수술 중 각성`이라고 한다더군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수술의 공포와 내장을 헤집는 끔찍한 고통은 어린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요. 살인을 하고도 아무런 느낌이 없는 사이코패스 같은. 아버지는 최면으로 제 기억을 봉인하고는 가족들을 데리고 잠적했습니다. 이름도 바꿨죠.
아마 여러분도 봉인하고픈 기억이 있을 겁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수면위로 비집고 나온다면 어떤 기분이겠습니까? 어느 날 봉인이 풀려버렸습니다. 잠재의식 밑바닥에 꽁꽁 가둬놓았던 검은 그림자가 고개를 들었을 때 두려웠습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끔찍한 상처를 지닌 상우가 25년 세월을 넘어 ‘리턴`한 겁니다.
제 소개는 했으니 게임을 시작할까요? 네 명을 소개하죠. 첫 번째 인물은 류재우(김명민)입니다. 수술이 잘못돼 환자가 죽었고 피해자 가족에게 시달리는 외과의지요. 김명민이란 배우 때문에 ‘하얀거탑`의 장준혁이 떠오를 텐데 재우는 냉철하지만 속 깊고 환자를 위해선 어려운 수술도 마다않는 착한 심성을 갖고 있죠.
두 번째는 강욱환(유준상)입니다. 거친 행동이 불안한 심리를 드러내죠. 재우의 친구를 자처하지만 과거는 모호하고 미국에서 쫓기듯 귀국한 이유도 수수께끼입니다. 세 번째는 재우와 같은 병원에 일하는 오치훈(김태우). 최면치료에 능한 정신과 의사로 그의 입술 뒤로 기묘한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조용하지만 불길하죠.
네 번째는 마취과 의사인 장석호(정유석)입니다. 마취부적응 환자를 수술해야 하는 재우가 마취 대신 최면을 선택하고 치훈을 끌어들이자 반발하죠. 치훈을 의심하고 공격하는 인물입니다.
이 네 사람 가운데 제가 있습니다.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힌트가 너무 부족하다구요? 지면 관계상 더 이상의 힌트를 드리긴 곤란하고, 그렇다면 영화를 보는 수밖에….
미리 일러두지만 영화 속에서 저를 찾으려면 고통스럽고 공포가 스멀거리는 미로를 통과해야 한답니다. ‘리턴`은 ‘상우가 누구냐`가 기둥이지만 묘미는 그를 찾는 과정에서 속속들이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에 있습니다. 실수나 착오는 누구나 합니다. 그렇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인간의 불완전성이 빚어내는 비극은….
각각의 이야기를 배치시키고 꿰매 맞추는 이규만 감독의 솜씨는 이 영화가 데뷔작이라곤 믿지 못할 만큼 노련합니다. 스토리도 치밀하죠. 반전의 묘미도 있구요. 피도 귀신도 없지만 무섭고, “신선하고 잘 만든 스릴러”라는 평을 듣는 이유를 확인해 보시길. 또한 남자 주인공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극의 완성도를 한껏 높여놓았답니다.
스릴러 팬이라면 모처럼 ‘머리 굴리는 맛`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찾으셨다구요? 아직 영화를 못 본 분들을 위해 비밀로 하시는 거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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