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술이란?
위의 논술에 대한 국어사전적 정의에서 중심 단어들은 ‘어떤 것’, ‘의견’, ‘논리’, ‘서술’이다. 다시 풀어보면, ‘어떤 것’은 논술의 제시문 혹은 논제에 나와 있다. ‘의견’은 ‘나의 생각’이다. 이것이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지만, 근래의 대입논술시험에서는 이것을 잘 묻지 않는다. 왜 그럴까? 궁금하면, 2008 모의고사 문제의 논제의 유형을 살펴보자. ‘서술’은 글로 쓰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는 듯 한데.... 그럼 ‘논리’란 뭘까?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이치를 따져보는 것을 윤리(倫理)라고 하고,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는 것을 물리(物理)라고 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논(論)하는 이치(理致)를 논리(論理)라고 한다. 영어로는 ‘logic'이라고 하는데 이는 ’logos(말, 이성, 계획)‘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말이나 글을 쓸 때 마땅히 따라야 하는 원리라는 것이다. 그런게 있나? 자, 천천히 생각해 보자.
사실 논술과 논리는 단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행정고시나 외무고시에서는 몇 년 전부터 1차 시험에 논리`추리력을 묻는 PSAT라는 시험을 보고 있으며, 앞으로 공무원 7급과 9급에 시험에 까지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2009년 시작되는 로스쿨의 LEET도 논리력과 추론능력, 이해력을 묻는 시험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삼성그룹 등과 같은 많은 회사들의 입사시험에서도 논리력을 묻는 시험이 시행되고 있다.
2.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
논리를 이야기하기 전에,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고 가자.
얼핏 논술에서는 ‘창의적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사실, 서울대 <논술 평가 기준>을 살펴봐도, 이해`분석력(20점), 논증력(30점), 창의력(40점), 표현력(10)으로 ‘창의력’ 항목의 배점이 가장 높다. 그렇다면, 논술에서 요구하는 창의성이란 뭘까? 또, 이 평가 항목에는 아예 비판적 읽기나 비판적 사고라는 단어가 보이지도 않는다. 왜 그럴까?
실제 포괄적이고 느슨한 의미에서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는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다. 비판-창의적 사고(critico-crative thinking)란 고등 사고 능력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그리고 논술의 문제해결 맥락(이해`분석력=분석적 사고, 논증력=추론적 사고, 창의력=종합, 대안적 사고.)에서 요구되는 창의성은 바로 수렴적 창의성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수렴적 사고는 논리적 사고이며, 발산적 사고는 비논리적 상상적 사고력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도 ‘논리’라는 단어가 나온다. 다음 표를 통해 ‘창의성’에 대해 정리해 보고 본격적으로 '논리‘란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3. 논술을 위한 논리의 기초
모든 글에는 목적이 있다. 논술이라는 글은 자신의 주장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거나 혹은 설득하기 위해 쓰는 글이다. 이러한 글에는 주장(결론)이 있고 그 주장은 논거(근거, 전제)를 통해 정당화된다. 이러한 것을 ‘논증’이라고 한다. 주장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논증은 필수적인 과정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항상 어떤 주장을 하며, 자신이 그러한 주장을 하게 되는 이유를 내세운다. 즉, 우리는 생활 속에서 논증과 논리적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논리 또는 논리적 사고라는 말이 낮설게 느껴지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을 별도로 배워야 한다는 데 있다. 수학을 생각해 보자. 학교에서 수학을 별도로 배우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숫자를 세고, 간단한 사칙연산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복잡하고 정확한 계산을 하기 위해 우리는 별도로 수학을 배워야 한다.
논증은 다시 논제, 논거, 논증방식으로 구성된다. 논제는 주장이라고도 하며, 옳고 그름이 논증에 의해 밝혀져야 할 명제이고, 논거(근거)는 논제의 진리성을 확증하기 위해 쓰이는 명제들로써, 이미 진리성이 확증된 것들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논증 방식이란 논거의 지지와 도움으로 논제의 진리성을 확증하는 과정과 방법이다. 논증 방식은 이미 국어 시간에 배운 것으로 ‘연역’과 ‘귀납’이라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연역의 대표적인 것은 삼단논법이다. 이러한 연역 논증에서는 ‘형식적 오류’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오류를 찾아서 비판에 활용한다. 반면 대표적인 귀납 논증은 귀납적 일반화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귀납 논증은 이외에도 ‘유비추리’와 ‘가설추리’가 있다. 이러한 귀납 논증은 논거의 숫자가 많을수록 그 결론(주장)이 보다 확실해진다. 그러나 이를 잘못 활용하는 경우 ‘비형식적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역시 이것들을 찾아 비판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비판으로부터 ‘대안’이 나올 수 있다.
4. 논술에서 논리의 활용
이제까지, 논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했고 짧게 논리가 무엇인가도 생각해보았다. 그럼 이걸 논술에서 어떻게 활용할까?
논리는 세 가지 측면에서 활용된다. 첫째는 제시문을 읽고 이해하고 분석하고 요약할 때, 둘째는 두 개 이상의 제시문을 비교하거나 비판할 때, 세 번째는 내 의견을 주장하기 위한 ‘개요’를 작성할 때이다.
논술에서 제시되는 제시문들은 그것이 논술의 제시문으로 출제된 이상 모두 논증적인 글이다. 심지어 시나 소설, 그림조차도 그것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장이 있으며 암묵적으로 근거(전제)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제시문을 읽고 가장 먼저, 다음과 같이 질문해 보자. ‘이 글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쟁점)’ 그리고 나서 ‘이 글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주장)’, ‘어떤 근거(들)로 이런 주장을 하는가?(논거)’를 찾아 가능하면 그 제시문에 나오는 핵심 단어들을 포함시킨 자신의 문장으로 나열한 후, 귀납 논증 형태인지 연역 논증 형태인지를 구별하고, 어떤 오류들을 포함하고 있는지 살펴보게 되면 읽기, 이해하기, 분석하기까지가 끝난 것이다. 요약은 논제가 요구하는 분량에 맞추어 찾아낸 쟁점과 주장과 근거를 적당히 조합, 나열하면 될 것이다.
비교하고 비판하는 것도 각 제시문을 위의 방법으로 쟁점, 주장, 논거로 나열한 후 쟁점, 주장 그리고 논거 방식을 비교하고, 역시 위에서 찾아낸 오류들을 적용하면서 반론, 반론에 대한 답변, 재반론 등을 해보면 비판까지 완성된다. 특히, 비판할 때는 소위 ‘숨은 전제(논거)’를 찾아내면 도움이 된다.
자신의 주장을 해야 할 경우에는 위의 분석을 통해 찾아낸 오류들을 최소화하면서 자신의 쟁점, 주장 그리고 논거로 개요 작성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을 쓰게 되면 ‘논증적’인 글이 되며 이 때 주장의 ‘논거’ 중 하나 정도를 ‘개성’있게 제시한다면 그것이 창의적인 글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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