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정공원은 잠시 전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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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사정공원은 잠시 전북에 있었다?

  • 승인 2007-08-07 00:00
  • 신문게재 2007-08-08 14면
  • 박전규 문화체육팀박전규 문화체육팀
▲ 박전규 문화체육팀
▲ 박전규 문화체육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은 선수 외에도 12번째 선수가 있었다. 다름 아닌 `붉은 악마`였다. 여기에 모든 선수들은 온 국민의 열열한 응원을 뒤에 업고 뛰었다. 그 결과 대표팀은 `월드컵 4강`이라는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 냈다.

당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6강전에서 강호 이탈리아를 맞아 대역전극을 일궈낸 데 이어 한국 대표팀은 8강전에서도 국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무적함대`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며 4강에 안착했다.

한국 대표팀의 이런 결과는 국민들의 열띤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펄펄 날았고 국민들은 응원석에서 펄펄 날았다. 한국이 4강이 가능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홈팀의 장점을 110% 발휘하며 팀의 사기를 최고로 끌어올렸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한 마디로 응원의 힘은 선수들의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7일 제43회 추계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전 54강전(토너먼트)이 열린 대전의 사정공원은 대전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날 사정공원에서는 대전 축구를 대표하는 유성생명과학고와 전북 익산 이리고와의 경기가 열렸지만 홈 팀인 유성생명고의 응원단보다 오히려 이리고의 응원단이 더 많았다. 응원 열기 또한 이리고가 앞섰다.

유성생명고는 이날 경기에서 전반전 내내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1-0으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후반전만 잘 넘기면 32강에 안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응원의 힘이 약했던 것인지 후반전 초반부터 공격의 주도권을 이리고에 내줬다. 후반전 동안 끌려가는 경기를 하던 끝에 결국 동점골을 허용하며 경기가 승부차기로 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 또한 불발이었다. 힘이 빠진 유성생명고는 후반 5분여를 남기고 역전골을 내주며 54강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를 마친 후 사정공원을 빠져나가는 유성생명고 선수들의 힘 빠진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워 보였다.

대전시와 유성구청, 나아가 시교육청 등에서 좀더 신경을 썼더라면 대전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열띤 응원 속에서 좀더 힘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전시는 2008년 추계 한국중학교축구연맹전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또 대전은 시민구단인 대전시티즌을 보유하고 있는 `축구특별시`다. 이런 가운데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 규모 대회가 대전 지역인들이 즐기는 축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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