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세상을 움직이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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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세상을 움직이는 힘

  • 승인 2007-08-07 00:00
  • 신문게재 2007-08-08 21면
  • 정찬덕 대전극동방송지사장정찬덕 대전극동방송지사장
오래전 잘 아는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미국의 건강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 할 때쯤이면 약 1,000만 달러의 자산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많은 자산을 갖고 시작할 수 있는가 의아해서 질문을 했더니, 웃으며 하시는 말씀이 그것은 물질적인 가치로만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가치로 환산해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부모가 한번 행복해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볼 때마다 정신적인 가치로 따져서 아이들은 4,000달러씩을 저축한다는 것이다. 엄마 아빠가 두 손을 잡고 다정하게 시장을 보는 모습을 볼 때,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아빠를 배웅하는 엄마의 사랑스런 인사나 스킨십을 볼 때, 부엌에서 엄마 아빠가 함께 설거지를 하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녀들의 자산은 늘어간다.

더 나아가 자녀들을 위해 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기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이들은 계속해서 정신적인 자산을 저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저축한 자산은 계속해서 사용해도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쌓여 간다고 한다. 이런 자산은 세금을 내지도 않으며, 그들이 세상을 떠날 때에는 또 그 자녀들에게 대대로 물려 줄 수 있는데, 8대까지 지속적으로 내려간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정신적인 자산을 많이 가지고, 행복한 가정에서 건강하게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세상에 나가면,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세상을 이기며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은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이 강하고 창의적이며 성실하게,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사회인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아닐까 싶다. 이 강의를 들으며 미국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가 알 것 같았다.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미국의 힘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본적이 있다. 기독교신앙의 기초위에 세워진 그들의 정신세계가 미국을 방문해 보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장애우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한 편리시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약한 자들을 위한 수많은 배려와 친절에 큰 감동을 받은 적이 많았다.

긴급한 자동차나 일각을 다투는 구급차가 지나가면, 모든 차량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신속히 길을 열어주는 모습, 그리고 긴급차량이 지나간 뒤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 질서를 유지하며 흘러가는 자동차행렬을 보면서 진한 감동을 받았다.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은, 우리의 모습과 비교하며 혼자서 씁쓸한 웃음을 짓곤 했었다.

세계의 경제를 움직이는 미국의 화폐에는, 심지어 동전에까지 `IN GOD WE TRUST`라는 문구가 새겨져있다. 다른 사람을 섬기고 약자를 배려하는 오랜 신앙의 전통위에 세워진 그들의 신앙고백을 엿볼 수 있는 것같고, 바로 그 가치관이 자손에서 자손으로 이어져 내려오며 가정과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고 오늘날 미국을 미국으로 있게한 원동력이 아니었나싶다.

최근 세계를 향한 생명력 있는 사랑과 봉사를 위해, 젊음을 바쳐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났던, 우리 젊은이들의 피랍사건을 계기로 달구어진 인터넷 사이트의 네티즌들의 열띤 댓글을 보며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이 땅의 젊은이들은 과연 얼마만큼의 정신적인 자산을 가지고 이 땅을 살아가고 있을까 돌아보게 된다.

입에 담기조차 민망할 정도의 댓글을 올리는 그들을 보며, 우리 젊은이들의 피폐해진 심리와 타인의 곤고함과 아픔에 함께 동참하지 못하는 그들의 상태를 엿보며, 이 나라 이 민족의 장래를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디로부터 그런 독설들이 나오게 되었을까? 그 미움과 분노와 폭력적인 감정들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생각하면 그림이 보이는 듯 하다.

우리 부모들이 부모역할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가부장적인 인습에 밀려, 어린시절 우리의 자녀들에게 무심코 던진 한마디의 폭언이나, 비난의 말은 그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계속되는 상처는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에서나 대인관계에서 주눅이 들고,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사회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악영향을 끼치는지 모른다. 지금도 한국의 수많은 가정들이 해체되는 위기를 겪고 있다. 이혼율이 급격히 늘고 있고, 상처받고 버려진 아이들이 증가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자녀들이 가정에서부터 부모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지지와 격려를 받으며 성장하지 못하고, 혹은 비난과 폭언으로 억압해서 기른다면, 그들 속에 분노와 미움이 생겨나서 폭력적인 아이가 되거나, 위기상황이 닥치면 쉽게 포기하거나 절망하게 되고, 안되는 일은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남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외면하거나 그 위기를 즐기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의 가정들을 부지런히 일으키자.

우리의 자녀들이 정신적으로 많은 자산을 소유하고, 이 땅에서 행복해지도록, 살맛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 땅의 부모들이 정신을 차려야한다. 우리의 자녀들이 세상을 향해 나아갈 때, 그들이 평생을 쓰고도 고갈 되지 않는 큰 자산을 안겨 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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