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일순 대전 서원초 교사 |
뜻하지 않은 떡이 배달되었다. 학기말이었다. 기쁨의 함성이 삽시간에 교실을 꽉 메웠다. 상자를 뜯기도 전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겼다. 마침 배가 고플 4교시 시작 전이었다.
막걸리 넣어 부풀려 찐 하얀 바람떡, 노란 인절미, 초록, 분홍, 흰색인 꿀떡이 일회용 도시락에 예쁘게 담겨 있었다. 시각적으로도 상당히 미각을 자극했다. 간식 겸 책거리를 겸한 듯 했다. 보송거리는 인절미는 갓 콩가루 분칠을 한 듯 했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꿀떡은 따뜻하기까지 했다. 아이들은 군침부터 삼켰다.
“음, 바로 이 맛이야.”
어느 녀석이 광고 문안의 대사를 흉내내며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동감이라는 듯 함께 헤헤거리는 아이들의 얼굴은 기쁨의 알갱이를 흩뿌린 듯 했다. 아이들이 내뿜는 열기에, 기쁨의 함성에 나조차 행복해졌다.
쫀득쫀득 씹히는 인절미는 참으로 맛이 있었다. 어감과도 똑 떨어지는 맛이, 그야말로 절미였다.
“선생님, 입안에서 자꾸 자꾸 침이 고여여.”
떡을 먹는 아이들의 표정은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고 있는 듯한 얼굴빛이었다. 게다가 일생 중 가장 미각이 발달해 있을 시기가 아닌가.
참깨에 설탕 버무려 넣은 꿀떡은 쫀득쫀득 달콤했다. 간간이 씹히는 참깨가 고소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만큼 살아 있는 기쁨을 확연히 누리게 하는 순간도 드물구나 싶었다. 이리 맛있게 떡을 먹는 아이들을 본다면 떡을 만든 이도, 보내주신 분들도 크게 기뻐할 듯 했다.
인절미를 집어 들 때마다 스르르 떨어지는 콩가루가 현수는 기쁨의 부스러기 같다했다. 반짝이는 감각을 훔치고 싶었다.
포장도 안 뜯은 떡을 가방에 넣는 아이도 있었다. 엄마랑 같이 먹겠다 했다. 아이는 당장이라도 떡을 들고 엄마한테 달려가고 싶을 것이다. 기뻐할 엄마 모습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슴이 벅차랴.
떡을 받아든 엄마는 아이 키우느라 힘들었던 그간의 고단함이 일순간에 보상될 듯 했다. 먹고 싶은 맘 참고 달려와 건네준 아이의 사랑은, 오랜 세월 뒤에도 빛바래지 않고 반짝이며 두고두고 엄마 가슴을 덥혀 줄 것이다. 삶이 힘들 때마다 어두운 마음을 밝힐 등대가 되어 줄 것이다.
인절미를 쭉쭉 늘이거나 꾹꾹 눌려가며 여러 가지 동물 모형이나 장난감을 만드는 녀석도 있었다. 아이들다운 발상이었다. 올망졸망 늘어놓은 인절미 장난감들을 바라보니, 절로 미소가 머금어졌다. 단순 소박한 아이들의 모습과 똑 닮았기 때문이다.
빵과 햄버거 세대인 어린 아이들이 가장 한국적이고도 뿌리 깊은 맛을 지닌 떡을 달게 먹는 모습이 기특했다. 떡으로 보내주신 마음 씀이 감사했다. 우리 식문화를 통한 뿌리 교육도, 전통 음식에 대한 이해도 한결 깊어졌을 떡 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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