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떡 파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교육단상]떡 파티

  • 승인 2007-08-07 00:00
  • 신문게재 2007-08-08 20면
  • 최일순 대전 서원초 교사최일순 대전 서원초 교사
▲ 최일순 대전 서원초 교사
▲ 최일순 대전 서원초 교사
“와아, 떡이다! 떡!”
뜻하지 않은 떡이 배달되었다. 학기말이었다. 기쁨의 함성이 삽시간에 교실을 꽉 메웠다. 상자를 뜯기도 전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겼다. 마침 배가 고플 4교시 시작 전이었다.

막걸리 넣어 부풀려 찐 하얀 바람떡, 노란 인절미, 초록, 분홍, 흰색인 꿀떡이 일회용 도시락에 예쁘게 담겨 있었다. 시각적으로도 상당히 미각을 자극했다. 간식 겸 책거리를 겸한 듯 했다. 보송거리는 인절미는 갓 콩가루 분칠을 한 듯 했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꿀떡은 따뜻하기까지 했다. 아이들은 군침부터 삼켰다.

“음, 바로 이 맛이야.”
어느 녀석이 광고 문안의 대사를 흉내내며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동감이라는 듯 함께 헤헤거리는 아이들의 얼굴은 기쁨의 알갱이를 흩뿌린 듯 했다. 아이들이 내뿜는 열기에, 기쁨의 함성에 나조차 행복해졌다.

쫀득쫀득 씹히는 인절미는 참으로 맛이 있었다. 어감과도 똑 떨어지는 맛이, 그야말로 절미였다.
“선생님, 입안에서 자꾸 자꾸 침이 고여여.”

떡을 먹는 아이들의 표정은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고 있는 듯한 얼굴빛이었다. 게다가 일생 중 가장 미각이 발달해 있을 시기가 아닌가.

참깨에 설탕 버무려 넣은 꿀떡은 쫀득쫀득 달콤했다. 간간이 씹히는 참깨가 고소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만큼 살아 있는 기쁨을 확연히 누리게 하는 순간도 드물구나 싶었다. 이리 맛있게 떡을 먹는 아이들을 본다면 떡을 만든 이도, 보내주신 분들도 크게 기뻐할 듯 했다.

인절미를 집어 들 때마다 스르르 떨어지는 콩가루가 현수는 기쁨의 부스러기 같다했다. 반짝이는 감각을 훔치고 싶었다.

포장도 안 뜯은 떡을 가방에 넣는 아이도 있었다. 엄마랑 같이 먹겠다 했다. 아이는 당장이라도 떡을 들고 엄마한테 달려가고 싶을 것이다. 기뻐할 엄마 모습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슴이 벅차랴.

떡을 받아든 엄마는 아이 키우느라 힘들었던 그간의 고단함이 일순간에 보상될 듯 했다. 먹고 싶은 맘 참고 달려와 건네준 아이의 사랑은, 오랜 세월 뒤에도 빛바래지 않고 반짝이며 두고두고 엄마 가슴을 덥혀 줄 것이다. 삶이 힘들 때마다 어두운 마음을 밝힐 등대가 되어 줄 것이다.

인절미를 쭉쭉 늘이거나 꾹꾹 눌려가며 여러 가지 동물 모형이나 장난감을 만드는 녀석도 있었다. 아이들다운 발상이었다. 올망졸망 늘어놓은 인절미 장난감들을 바라보니, 절로 미소가 머금어졌다. 단순 소박한 아이들의 모습과 똑 닮았기 때문이다.

빵과 햄버거 세대인 어린 아이들이 가장 한국적이고도 뿌리 깊은 맛을 지닌 떡을 달게 먹는 모습이 기특했다. 떡으로 보내주신 마음 씀이 감사했다. 우리 식문화를 통한 뿌리 교육도, 전통 음식에 대한 이해도 한결 깊어졌을 떡 파티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2.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3.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4.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5.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1.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2.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3.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4.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5. 충남중기청, 중소기업 수출 Scale Up 지원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