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계웅 대전지방보훈청장 |
평소 이런 말을 자주 들어왔던 딸, 이제는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60대 할머니가 되어 어머니의 그 고운 뜻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번 4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아무조건 없이 고려대 의료원에 기부하였다고 한다.
400억원! 보통사람으로는 상상도 못할 엄청난 금액이다. 이런 거액의 돈을 기부하면서 의료원에 단 한 가지 부탁한 것은 자신의 사연이 공개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기부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지역에서도 지난 1990년 11월 고 이복순(법명 정심화)여사가 평생 김밥장사로 모은 50억원대 재산을 충남대에 기부한 일이 있으며 그 기부금으로 정심화 국제문화회관을 건립하여 학교와 지역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한 바도 있다. 이렇듯 기부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과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지금 사회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 한 자간에 극명한 대립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사회 양극화 현상은 풍요로운 미래의 걸림돌이자 우리가 해결해야 할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옛말에 “개 같이 벌어 정승 같이 쓴다”는 속담이 있다. 어렵게 번 돈 함부로 탕진하지 말고 값있게 쓴다는 이야기다. 최근엔 경제규모가 커지고 부동산 값이 크게 오르면서 갑자기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 돈을 쓰는데 사회적인 위화감이 느껴지도록 하는데 문제가 있다. "내 돈 내가 쓰는데 누가 뭐래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바로 졸부 문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허리띠 졸라매며 사는 많은 사람들이 위화감과 함께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여 엄청난 사회적 파장이 발생하기도 한다.
“촌철살인”이란 말처럼 간단한 말로도 사람을 감동시키고 “벼도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으면 한다. 풍요로움을 맘껏 누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적 책임이 뒤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은 어떤 방법으로 이웃을 도왔을까? 가난은 임금님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이웃집 굴뚝에서 삼일 연기가 올라오지 않으면 누군가 보리쌀을 담장 안에 던져 놓고 가고는 했다고 한다. 이웃간에 따뜻한 정이 느껴지며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민족이었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우리는 수많은 억압과 탄압에 시달렸어도 독립군을 돕기 위해 많은 동포들이 남몰래 어렵게 돈을 모아 군자금으로 낸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그렇게 행동한 것은 나라를 찾아달라는 국민들의 염원이 있었기 때문이며,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국민들이 앞장선 것이다.
이제 우리도 기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감정으로 내는 기부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 진심으로 내는 기부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일부 재벌들을 보면 종종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 여론에 떠밀려 할 수 없이 기부행위를 하는 걸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솔선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기부행위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의 철강 왕 앤드루 카네기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는 욕을 먹으며 벌어들인 막대한 재산을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서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움”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하였다. 부를 사회에 되돌려야 하는 부자의 도덕적 책무를 맨 먼저 주장하고 실천에 옮긴 사람이었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들을 정부에서 다 지원하고 보듬어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그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는 가진 자가 사회적 책임을 져야한다. 그래서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고 다같이 행복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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