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로 시작해 아리랑으로 엔딩
시각적 즐거움은 압권
이젠 스토리도 신경썼으면
‘용가리`로부터 7년.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1일 베일을 벗었다. 시사회 때 나온 반응은 ‘뛰어난 컴퓨터그래픽과 다소 허술한 이야기`라는 것. 이 말은 거꾸로 스토리의 눈높이에 맞추면 디지털 기술로 빚어낸 액션이 놀라울 정도로 탁월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아니나 다를까. 극장에서 ‘디 워`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기대이상이다. 재밌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디 워`같은 영화에서 스토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영화의 주인공이 남녀 배우가 아니라 이무기나 공룡, 각종 괴수들이다. 생각하면서 보는 영화가 아니라 그냥 보고 즐기면 되는 영화라는 거다.
따라서 중요한 건 볼거리다. 그 점에서 ‘디 워`는 합격점을 줄만하다. ‘트랜스포머` 이후라는 점을 들어, “그 정도 컴퓨터그래픽(CG)은 별 게 아니”라고 깎아내리는 이들도 있지만 ‘디 워`의 CG는 ‘트랜스포머`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하다.
특히 호랑이 눈에 코브라의 머리, 구렁이의 몸을 참고해 그렸다는 이무기 캐릭터는 킹콩이나 고질라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디테일도 훌륭하고 움직임도 매끈하게 뽑아냈다. LA 도심을 지그재그로 휩쓸고 다니며 건물을 부수고 자동차를 날려버리는 이무기의 빠른 움직임은 실사화면에 제대로 녹아들며 액션의 박진감을 배가시킨다.
CG뿐만 아니라 실제 탱크와 장갑차, 120대 폭파 차량, 2만4800 명의 엑스트라도 엄청난 액션으로 화면을 채운다. 음악과 음향 또한 화면으로의 몰입을 돕는다. ‘트랜스포머` ‘아일랜드` ‘아마겟돈`의 음악감독 스티븐 자브론스키와 ‘제5원소` ‘다이하드` 등의 음향효과를 담당한 마크 맨시니 등 할리우드 정상급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음향시설을 제대로 갖춘 극장이면 포탄에 일격을 당한 괴수가 바닥에 쓰러질 때 그 중량감이 객석에 그대로 전해진다.
심형래 감독은 곁눈질하지 않고 한 마리 토끼만을 쫓는다. 재미다. 괴물들은 지상뿐 아니라 공중에서도 아파치 헬기와 대결을 벌인다. 군데군데 잘못하다 “영구됐다”, “용가리 통뼈” 등 개그맨 심형래를 연상할 수 있는 대사들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여의주를 놓고 두 마리 이무기가 벌이는 박진감 넘치는 배틀은 그 어떤 거대 괴수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장관이다.
엔딩 신에 깔리는 자브론스키의 ‘아리랑` 편곡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찔끔거렸다. ‘디 워`는 확실하게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영화이고 100% 우리 기술로 만들었다는 자긍심을 갖고 볼만한 영화다. 심형래 감독은 기술력 면에선 성취를 이뤘다. 그러니 이제는 스토리에도 신경을 썼으면 한다. 괴수영화에서 으뜸은 뭐니뭐니해도 볼거리지만 거기에 어울리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뒷받침된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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