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논술 짱]배아복제, 재앙인가 축복인가

[나는야 논술 짱]배아복제, 재앙인가 축복인가

중도일보-대전광역시교육청 공동기획 중학논술

  • 승인 2007-08-01 00:00
  • 신문게재 2007-08-02 11면
□ 문제
(가)~(다)에 제시된 삶을 비교·분석해 보고 내가 꿈꾸는 멋진 신세계를 설계해 보시오.

※유의사항
① 자신의 삶에 대한 내적 성찰을 적절하게 활용할 것
② 분량은 원고지 1500자 내외(±150)로 할 것
③ 답안에 적절한 제목을 쓸 것

▲ 영화 ‘멀티플리시티’ 포스터
▲ 영화 ‘멀티플리시티’ 포스터

(가)
자식 둘이 죽고,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고, 남편과는 생이별을 하는 등 불행과 고통으로 점철된 20여 년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가엾은 어머니의 눈은 저렇게 눈물로 타버린 것이다. 어찌 그리 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중략>
아니, 그럴 수는 없다! 나는 절대 죽지 않을 것이다. 아니, 죽어서는 안 된다. 내가 죽고 나면 눈먼 어머니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셋째 아들마저도 죽어버리면 그 고통을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포도주 회사의 부속품처럼 완전히 자기 자신을 내던져야 했던 가엾은 희생자 아버지는? 포도밭을 돌아다니느라 아픈 자식을 보러 올 시간도, 죽은 자식에게 꽃 한 송이 바치러 올 시간도 없는 아버지는 어찌 되겠는가? 나중에 부모님이 여생을 보낼 수 있는 따뜻한 가정은 누가 일으킬 수 있단 말인가? - 알퐁스 도데, <꼬마 철학자>에서 -


(나)
조립실에서는 두 그룹의 낮은 작업 테이블이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그 사이로 부속품들을 실은 운반기들이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47개의 금발머리가 47개의 갈색 머리와 마주보고 있었다. 47개의 들창코가 47개의 매부리코와 마주보고 있었다. 47개의 움푹 들어간 턱이 47 개의 툭 튀어나온 턱과 마주보고 있었다.

완성된 기계는 감마 초록색 옷을 입고 적갈색의 곱슬머리를 한 18명의 똑같은 여자들에 의해서 검사되어, 34명의 다리가 짧고 왼손잡이 남성인 델타-마이너스에 의해서 상자에 넣어지고, 63명의 푸른 눈과 주근깨가 있는 옙실론 세미-모른에 의해서 대기하고 있는 트럭에 적재되었다.

“오, 멋진 신세계…….” 어떤 기억에 의해서 그 새비지는 자신도 모르게 미란다의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오 멋진 신세계.”

“확실히 말씀드리는 건데요,” 그들이 공장을 떠날 때 인사주임이 결론적으로 말했다. “우린 노동자들과는 아무런 분쟁도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에서 -


(다)
‘멋진 신세계`의 사람들은 런던 중앙 인공부화국에서 부화된다. 한꺼번에 수천 개의 태아가 병 속에서 부화되어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병에서 나와(디캔팅이라고 했음) 보모들에 의해서 양육된다. 이들은 다섯 개의 계층으로 나뉜다(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이 중에서 알파는 두뇌가 우수한 계층이기 때문에 지배계층에 속한다.

교육은 이들이 잠을 자고 있는 동안 수없이 반복되는 최면교육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들은 최면교육에 의해 행동을 조절받으며 이것이 일생 동안 모든 행동의 지침이 되고 자기 자신의 독창적인 의견은 생각할 수도 없으며 또 가질 필요도 없다. 살아가다가 불편한 점이 있으면 ‘소마`정(錠)으로 해결하면 된다. 이들은 ‘소마`에 의해 유발된 행복감과 다행증으로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지배자의 손아귀에서 자유자재로 조정된다.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해설에서 -


[논제분석·출제의도]
두개의 극단적 삶 비교.분석해야

제시문에는 두 개의 대조적인 삶을 제시하고 있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책임으로 견디는 고통스러운 삶, 갈등이나 고민이 필요 없이 모든 것이 갖추어진 삶.

(가)에 제시된 다니엘의 현실은 고통스럽다. 아버지의 실직으로 흩어진 가족들, 어머니는 슬픔과 고통으로 눈이 멀었고 형 자크는 다니엘을 위해 희생하다 죽었다. 다니엘도 병으로 죽어가고 있으면서도 부모님이 겪어야 할 고통과 가정을 다시 이루어야한다는 책임감에 괴로워하고 있다.

(나), (다)에 제시된 <멋진 신세계>의 인물들에게는 그들이 추구하는 욕망의 대상이 모두 준비되어 있다. 젊음과 아름다움, 일에 대한 능력, 물질적 풍요, 갈등 없는 사랑, 원하는 지위, 게다가 혹시라도 우울할 때를 위해 준비되어 있는 소마라는 알약이 있다.

인간은 슬픔이나 고민이 없다. 그들에게는 삶에 대한 갈등이나 욕망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없다. 태어나기 이전부터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맞는 신체적 조건을 갖추었고 할 수 있는 일 외에는 아무런 욕심이 없도록 되어 있다. 조립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사회의 공동성과 안정성을 위해 그 일에 맞는 수십 쌍의 쌍둥이들로 태어나며 그들은 일하는 자신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논제에서 요구하는 것은 이 두 개의 극단적인 삶을 비교·분석한 후 어떤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인가,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미래를 설계해 보는 것이다. 물론 <멋진 신세계>를 비판하고, 고통스럽더라도 다니엘의 삶을 선택해야 한다는출제 의도가 다분히 드러나고 있지만 그 근거를 자신의 삶을 통한 깨달음에서 찾아야 되는 조건을 유의사항에 제시하고 있어 평소 생활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깊이 있는 독서 능력을 필요로 한다.


[학생작품]조예지 대전 삼천중 3학년
꿈꿀 수 있는 삶을 위하여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까?
미래 공상 영화의 주인공들은 항상 어려움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웃으며 행복하게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다. 그 장면처럼 나도 멋진 신세계에서 행복한 존재로 살아 갈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미래, 내가 꿈꾸는 세계는 분명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정말로 내가 꿈꾸는 멋진 신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는 인간이 꿈꾸는 미래의 행복한 세계가 준비되어 있다. 태어나기 이전부터 자신의 역할에 적합한 신체적 조건이 만들어졌고 태어나서 그에 맞는 일만을 평생하며 살아가는 ‘신세계`의 인물들은 더 이상의 욕심도 갈등도 없다.

자신의 독창적 의견은 생각할 필요도 없으며, 항상 행복감과 다행증을 유발해주는 ‘소마`정은 삶의 불편함을 모두 해결해 준다. 그야말로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갈등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멋진 곳이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모습, 오늘과 같은 내일, 달라질 것 없는 미래. 이런 모습의 신세계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다리는지 그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이나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도 없는, 꿈꿀 필요조차 없는 삶이 어떻게 인간의 삶일 수 있을까?

반면에, 알퐁스 도데의 <꼬마 철학자> 다니엘의 삶은 불행과 고통으로 점철된 세월이다. 아버지의 실직으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 슬픔으로 눈이 먼 어머니, 동생인 자신을 위해 희생하다 죽은 형 자크. 그는 죽어가는 자신의 고통보다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 때문에 더 괴로워하고 있다.

다니엘의 삶은 분명 <멋진 신세계>의 인물들보다 고통스럽고 불행하다. 하지만 그에게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가정을 이루겠다는 꿈이 있다. 그 꿈이야말로 현재의 불행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행복이 된다.

고통을 극복하는 것과 고통을 잊는 것은 다르다. ‘소마`정으로 외부에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그 어떤 불행도 겪어보지 못하는 다행스러운 삶은 결국 나 자신조차 잃어버리는 삶이 아닐까?

꿈꿀 수 있는 삶은 아름답다.
가끔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시험. 하지만 시험 때문에 난 더 노력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노력하는 내 모습에 뿌듯해 하고 가능성이 있는 내 미래에 행복을 느낀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꿈을 향해 노력할 수 있는 삶이 존재하는 곳, 그곳이 바로 멋진 신세계가 아닐까?


[총평]하혜란 대전 대문중 교사
논리적 제시문 분석능력 뛰어나
평범한 서두.결론은 조금 아쉬워

▲ 하혜란 대전 대문중 교사
▲ 하혜란 대전 대문중 교사
국어 시험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어진 제시문을 잘 읽어보라고 한다. 답의 반 이상을 제시된 본문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논술도 마찬가지다. 논제를 파악하고 주어진 제시문을 꼼꼼하게 읽어보면 출제자가 요구하는 의도가 대부분 드러난다. 이 논제에서도 제시된 두 개의 대조적인 삶을 읽다보면 이미 출제자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눈치 챌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논제가 요구하는 대로 가장 먼저 두 개의 제시문에 나타난 삶을 비교해야 한다. 그리고 두 개의 삶이 주는 각각의 의미를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내가 추구하는 나의 미래를 제시하면 되겠다.

예지 양의 글은 이러한 논제가 요구하는 과정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어 글의 구성이 전체적으로 무리 없이 짜여져 있다. 두 개의 제시문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도 논리적으로 차분히 자신의 의견을 전개해 나갔고, 곳곳에 돋보이는 문장력도 눈에 띈다.

조금 욕심을 내자면 글의 초입과 결론이 너무 평범하다는 것이다. 지나치지만 않다면 좀더 톡 튀는 서두를 써보는 연습을 해보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결론도,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시험과 공부보다는 사고와 깨달음의 깊이가 느껴지는 글로 마무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결론이 성급하게 불쑥 튀어나와 잘 이끌어 오던 본론의 흐름을 깨뜨리고 있다.

하나 더 지적해보면 세 번째 단락은 두 개의 제시문 비교가 끝난 네 번째 단락 뒤로 가는 것이 글의 전개상 더 자연스럽겠다.

잘 쓴 글이나 모범글들을 보면서 서론과 본론 쓰기 연습을 하면 훨씬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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