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나)에 드러난 문제점을 분석하고, 제시문 (가)의 화자가 (나)의 A군에게 조언하는 글을 쓰시오.
※유의사항
① 수용 가능한 가치를 제시할 것.
② 1400(±140)자 분량으로 할 것.
③ 시간은 120분임.
스스로의 한계나 사업의 장래를 미리 결정하지 말라.
사업의 최대 장애물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스스로 한계를 정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업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 칼리 피오리나, HP 前 CEO -
그녀는 도전적인 상황에 일부러 맞닥뜨려 온 것이 자신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합니다.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얼마나 많이 실패했느냐가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성공은 도전하는 자의 몫이고, 미래는 도전하는 자에게만 다가옵니다.
(가)
옛날에 안동에서 내가 야생초 화단을 가꾸었을 적에 사회 참관 나갔다가 조뱅이 한 뿌리를 캐다 심었는데 어찌나 잘 번식하는지, 매일 아침 운동 나오면 땅 속에서 새로 나온 싹이 몇 개나 되는지 세는 게 그날의 재미였단다. 다 자라면 엉겅퀴 비슷한 보라색 꽃을 피우는데 잎 가장자리가 톱니같이 날카로워 접근하기 어려운 풀이란다. 그러나 어린 싹은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지. 그런데 이곳에 난 조뱅이는 장소를 잘못 택해 나는 바람에 한 번도 꽃을 피우는 것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밟고 또 수시로 청소원들이 뽑아 버리니 도대체 한 뼘 이상 커보질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뽑아 대고 밟아도 끈질기게 싹을 틔우는 것을 보면 혹시 저놈이 이곳의 인간들에게 대결 의식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가 이기나 보자는 것이지.(이놈이 싹을 틔우는 것은 자연의 본성이겠으나, 내가 보기에는 자리를 잘못 잡아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징역말로 이런 고생을 ‘좇뱅이 친다.`고 하는데, 하필 이름이 발음도 비슷한 조뱅이람!)
오늘은 이놈을 보고 있다가 문득 우리 재소 형제들의 처지가 이와 같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전과자라고 찍히면 생전 꽃 한 번 피우지 못한 채 사회에 나가서 짤리고 하는 것이 너무도 흡사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이 사회로부터 아주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둠의 자식들이 되어 땅속에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그러다가 여건만 맞으면 언제라도 밝은 세상으로 비집고 나오는 것이다.
밟으면 밟을수록 조뱅이의 잎의 가장자리가 더욱 날카로워지는 이치를 아는가? 뽑으면 뽑을수록 땅속에선 무수한 조뱅이 새끼들이 언제고 뚫고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아는가? -황대권, 『야생초 편지』 -
(나)
과학고 총학생회장 성적비관 자살
성적을 비관한 과학고 학생회장이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일 오전 1시 50분께 서울 노원구 J아파트 주차장 옆 인도에서 이 아파트 7층에 사는 모 과학고 학생회장 A(18)군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 이모(63)씨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신고자 이씨는 “한 주민이 집에 들어가다 주차장 인도에 술에 취해 쓰러진 사람이 있다고 해서 가보니 찌그러진 차량 옆에 A군이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이날 밤 어머니와 단둘이 있다 평소와 같이 자정께 인사를 나누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지만, 1시간 뒤 친구 B(18)군 등 30여 명에게 ‘먼저 간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베란다 창문으로 투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측은 평소 활달한 성격의 A군이 성적 비관 등으로 투신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A군이 지난 3월 치른 수능모의고사에서 전체 성적이 전교 100등 밖으로 밀려나 고민을 해오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숨진 A군이 수학 문제지 뒷면에 ‘엄마 마음 편히 사세요.`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고, 최근 성적 부진으로 고민해왔다는 주변 진술로 미뤄 A군이 성적을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http://blog.naver.com
[논제분석·출제의도]
두 인물 삶의 모습 비교분석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 대답의 한 가운데에는 누구나 공통적적으로 생각하는 공통분모가 있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가짐과 노력 여하에 운명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이를 쉽사리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한다.
제시문 (가)에서는 몸은 비록 갇힌 수인이지만 자신의 처지에 좌절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하고, 나름의 자유와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삶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야생초를 재배하면서 야생초를 자신의 분신인 양 끔찍이도 생각하는 화자는 특히,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조뱅이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는 조뱅이의 모습을 한번 전과자라고 찍히면 생전 꽃 한 번 피우지 못한 채 사회에 나가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수감자의 삶과 흡사하다고까지 한다.
한편 제시문 (나)는 ‘시험`과 ‘성적`이라는 외부 환경에 의해 스스로 이를 감내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유약한 삶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생명은 존귀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그 생명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한 성적이라는 외부적 환경적 요소에 자신의 존귀한 생명을 버리는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이 논술에서는 우선 제시문 (가), (나)에 나타난 인물의 삶의 모습을 비교 · 분석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흔히 접할 수 있는 제시문 (나)와 같은 현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어떤 삶의 모습이 바람직한지 그 이유를 들어 간단하게 언급할 필요가 있다.
[학생작품]김경성 대전 송강중 3학년
시련은 고통스럽지만 가치 있는 것
▲ 김경성 대전 송강중 3학년 |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갑니다. 행복한 삶이란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가치로 나타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조건은 행복을 위해서는 일정한 의지와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시문 (나)의 ‘A`군은 진정한 행복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였습니다. 더군다나 시련 앞에서 제대로 된 극복 의지 없이 삶을 포기해 버린다는 것은 행복의 문제 이전에 삶의 문제를 더욱 왜소하고 가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역사적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와 같은 삶의 문제는 곧 고난과 시련에 대한 도전과 극복의 과정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베토벤은 청각 장애에도 불구하고 불후의 명곡을 남겼습니다. 베토벤도 물론 삶을 비관하고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역사적으로 기억되는 베토벤을 만든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의 고통을 극복하고 힘차게 살아가려 했던 위대함이었습니다. 또한 헬렌켈러는 들을 수도, 말할 수도, 볼 수도 없는 장애를 가졌지만, 그가 남긴 <신념을 가져라>라는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강한 신념과 의지로 모든 장애를 극복해 나갔습니다.
최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김연아 선수는 피겨의 불모지인 우리 나라에서 세계적인 피겨 선수로 성장하였습니다. 김연아가 지금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수없이 반복되는 시련과 좌절의 순간에서도, 해낼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과 믿음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시련은 분명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시련이 가치있는 이유는 우리에게 지혜와 성숙을 가져다 주기 때문입니다. 실패를 통해 역경을 이겨낸 사람에게 시련은 또 하나의 도전이며 변화입니다. 또한 시련을 통해 우리는 더욱 삶을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 속에서 히말라야 산을 정복한 엄홍길이 존재할 수 있었으며, 네 손가락 피아노 연주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희야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뜨거운 여름을 견뎌낸 열매일수록 그 맛과 향은 깊은 법입니다. 삶의 질도 이와 같아서 어떠한 불행과 고난일지라도 좌절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는 사람이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도전하는 삶이 아름다운 이유입니다. ‘끝까지 사는 자만이 정당하다`는 말처럼, 행복에도 정당성이 있다면 그것은 어떠한 순간에서도 끝까지 일어서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이어야 할 것입니다.
[총평]백덕현 대전 보문중 교사
안정된 논리 전개로 주장에 설득력
두 제시문의 비교내용 없어 아쉬움
▲ 백덕현 대전 보문중 교사 |
이 논술 역시, 특정 상황에서 만약 자신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쓰도록 하고 있다.
제시문 (가)에 나타난 삶의 모습을 기준으로, 그런 삶을 산 사람의 입을 빌려 조언하는 것이므로, 우선 제시문 (가) · (나)를 비교해보아야 한다. 그러나 학생의 글에서는 이를 찾을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두 제시문을 간단하게나마 비교 · 분석한 연후에 논제에서 요구하는 글을 전개하여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직접 논제의 요구에 대답하는 식의 글을 전개하였다. 이러한 유형의 논술에서는 제시문 분석과 관련된 내용을 간단하게나마 서론이나 본론 부분에 언급하는 것이 좋다.
김경성 학생의 글은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상당히 안정된 인상을 준다. 또 논지의 전개가 상당히 논리적이다. 서론부터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아무런 흐트러짐이 없고 안정된 논리적인 전개는 학생의 주장에 대한 설득력을 더해준다.
또한, 동·서양을 넘나들며, 역사적으로, 혹은 동시대적인 차원에서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례는 설득력을 한층 더해주며, 논리적인 전개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구체적이고 친근감 있는 사례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학생의 주장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끝으로, 적절한 비유를 통한 힘있고 깔끔한 마무리는 더 칭찬해주고 싶다. 앞선 부분에서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한 논리적인 논지의 전개에 이어, 결론 부분에서의 적절한 비유의 방법을 활용한 깔끔한 마무리는 글 전체에 힘을 실어 주는 동시에 자신의 주장에 대한 자심감을 더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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