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국면이 점입가경으로 점점 강한 불빛을 발하자 수많은 불나방들이 몰려드는 형국이다. 후보 진영에서는 자신들의 우위를 내세우거나 우세를 점치며 세게 추파를 보내고 있고 언론인들이 이에 화답하는 모습이다. 역시 아직도 여론조사에서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은 한나라당 이명박 예비후보의 캠프가 안팎으로 최대 문전성시다.
반면 뒤늦게 도전을 선언하고 뛰어든 후보캠프에는 상대적으로 언론인출신이 적다. 위험부담이 커야 차지하게 되는 파이도 더 크다고 했던가? 앞으로의 대반전을 기대하거나 멀리 차기대선까지 기약하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경우다. 대선도 대선이지만 곧바로 내년 총선이 이어지는 정치스케줄상 국회의원 지역공천을 의식한데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아직도 선언만 하지 않았지 사실상의 후보처럼 정치행보를 하는 이나 곧 후보로 등장하기 위해 불펜에서 세게 몸을 풀고 있는 이들도 자기들을 홍보해줄 입을 찾고 있다.
언론인들이 선거캠프에 가서 주로 하는 일은 뭘까?
홍보위원장,TV토론 대책위원장, 공보특보, 정무특보 등 그들이 맡고 있는 직함이 하는 일을 잘 말해준다. 상대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일을 넘어 상대진영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 찾아내 집중 공략하는 네거티브전략에도 총력을 다 한다.
최근 한 캠프의 언론인출신 참모가 상대진영에게 불리한 모종의 자료를 빼내 자기가 몸담았던 언론사 기자에게 넘긴 일이 검찰조사과정에서 드러나 문제가 된 일이 있었다. 과도한 네거티브 선거전략끝에 빚어진 스캔들이었다.
그렇다면 언론인들이 이처럼 변신하는게 어떤 문제가 있을까?
언론인들은 자신들이 외도를 하거나 아예 펜을 꺾고 전업을 해도 스스로 언론인으로 불리고 싶고 실제 그렇게 남고 싶어 한다. 그런 언론인이란 직업은 물론 잘하는 일에 대해 칭찬, 격려하는 글도 쓰지만 비판, 견제가 우선적인 덕목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그만한 사회적 책임이 뒤따르는 직업에 속한다.
요즘 언론사실정이 이른바 부장, 국장의 데스크로 올라가면 그다음 논설위원, 해설위원에서 더 올라갈 데가 없는 현실이 언론인들을 정치판으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언론에 몸담고 있다가 정치권에 뛰어드는 이들을 두고 ‘폴리틱스’와 ‘저널리스트’의 합성조어인 ‘폴리널리스트’라고 한다. 과거 TV에 자주 얼굴을 비치는 교수들을 ‘텔리페서’,교수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경우 ‘폴리페서’라고 다소 냉소적으로 부르는 식이다.
선거를 앞두고 ‘폴리널리스트’가 양산되는 현상은 언론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특파원을 마치고 돌아와 ‘急’변신한 한 예비후보캠프의 모특보가 ‘사람이 하나의 직업으로만 살라는 법이 있느냐’고 부르짖은적이 있다.
물론 그런 법은 없지만 변신을 시도할 때에는 적절한 타이밍과 그만한 명분, 이유가 적절히 조화되는게 자연스럽다. 결국 ‘언론인 시절의 활동이 정치권입문을 위한 사전 준비였구나’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후배들은 알 권리 사수를 외치며 기자실을 폐쇄하려는 현정부와 힘겹게 싸우는 한편에서 선배들은 속속 대선캠프로 빠져나가는 작금의 현실을 바라보는 언론계 안팎의 시선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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