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숙 충남예술고등학교 교사 |
시험기간만 피하면 요즘 대학도서관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멋모르고 들어간 시험기간에도 ‘뒷모습은 20대인 나의 몸매(?)` 덕분에 한번도 학생증제시를 요구받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대학도서관의 에어컨보다 더위를 더 잘 잊게 해주는 것이 따로 있다. 바로, 관악부 학생들의 캠프장이다. 후끈 달아올라있는 교사와 학생들의 연습 열기가 에어컨 이상으로 태양열과 무더위를 쫓아버리니, 이름 하여 「이열치열 피서」인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때에는 캠프가 아닌 합숙(合宿)이라고 불렀고, 학교마다 경쟁이라도 하듯 방학이면 관악부 합숙을 실시하였다.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여의치 않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학교 밖으로 눈을 돌렸고, 인근 마을의 회관이나 나무가 많은 산 근처의 공간을 찾아 멀리 나가기도 했다.
해마다 있었던 중 · 고등학생 음악경연대회에 참가할 곡도 준비하고, 연말에 개최하는 학교별 관악연주회 준비를 위해서도 방학 중의 집중연습은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군대경험이 없지만, 군악대에 다녀온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합주능력을 키우는 데는 합숙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한다. 같은 공간에서 밥 해먹고 잠자며 친구들의 볼 것 못 볼 것을 다 보고 나면 합주에 필수인 ‘호흡 맞추기`가 쉽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관악부원이었던 나 또한 합숙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당시에는 그저 밥하고 반찬 챙기는 것이 힘들었고, 숲 속의 모기 때문에 잠을 편히 못 자는 것이 짜증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로 그 시기에 몇 개월 어치의 평소연습을 해낸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파트마다 연습이 덜 되었을 때 뒤따르는 선배들의 눈총 걱정에 더위라는 것을 느낄 새도 없이 연습에 몰입했던 것 같다. 비록 ‘눈총이 무서워서`라고는 하지만, 그 때 연습을 ‘혹독하게` 했고 그 덕분에 호흡을 함께 해야 하는 합주능력도, 순발력도 많이 늘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느 학교 캠프장을 가 봐도 직접 밥을 해먹거나 에어컨 없이 합숙하는 곳이 없다. 이런 좋은 조건에 연습의 열기까지 더해지면 캠프장은 가히 한 여름 밤의 피서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일은 아침 일찍 출발하여 점심 전에 예산에 도착하게 해야겠다. 길거리에 펼쳐져 있는 ‘만원에 세통`이라는 수박도 사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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