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종태 대전시 건축사회장 |
도시의 발전은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환경 등 세상사의 모든 요소들이 맞물려 서로의 균형과 발전을 이루어 나아갈 때 가능한 것이다.
도시의 발달을 이야기하면서 중동의 두바이를 많이 거론하게 된다. 풍부하지만 곧 한계에 다다를 오일머니를, 건축을 통해 후대에 물려줄 지속가능한 새로운 자산으로 치환하는 작업이 본받을만한 사례이기 때문일 것이다.
유럽의 여러 도시들에서도 도시재생사업에 의해, 탄탄한 역사적 문화유산들을 재정비하며, 새로이 지어지는 건축물들이 이들과 조화롭게 건축되어지게 함으로써 현재로서의 가치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문화자원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가까운 일본에서도 도시미화운동에 의해 도시를, 그리고 건축물들을 문화자원으로 영속시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 이르러 우리나라의 여러 도시들에서도 후대에 좋은 자원으로 물려줄 만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 실로 고무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근대화 이후부터 지금까지 많은 건축물을 양산해 내었지만, 경제적 부흥에 따라 변화되는 생활을 담기위한 단순한 기능적 건축물이 대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사뭇 아쉽기만 하다. 문화유산으로서의 건축을 생각할 때 우리는 흔히 적어도 몇백 년이 지나 고색창연한 고궁이나 사찰들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옳은 생각이겠지만, 현재의 건축물도 후대에 남겨져서 그 문화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당대에도 훌륭한 문화자원으로서의 역할 담당이 가능하다는 것을 여러 도시에서의 사례들을 통해 새롭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모든 건물들을 역사에 남을 예술품으로 만들기는 어렵더라도 기왕에 지어지는 건물들이라면 당장의 경제성 보다는 건물 자체와 도시 전체가 가질 수 있는 부가가치를, 그리고 먼 장래를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도시는 일순간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장기적인 건축문화 발전을 위한 로드맵의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지도자나 정치적 정책이 바뀌더라도 문화에 대한 일관성은 유지되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첫재 관과 주민 그리고, 지역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장기적인 청사진을 그려나가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관계법규의 정비를 통하여 민간인들도 이러한 정책에 적극 동참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현재의 건축행위에 다소 비경제적인 요소가 내포된다 할지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시민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몇몇의 좋은 건물이 도시 전체의 이미지를 변모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시민들의 작은 인식의 변화가 도시 전체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도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계도가 필요하다.
예컨대, 무질서한 간판의 정비나 베란다에 꽃가꾸기, 주차질서의 확립 등이 이에 해당되리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필요하다면 도시를 일관성있는 디자인으로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총괄계획가나 디자인 커머셔너 제도의 도입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꿈틀대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스럽다. 과거와 현실에 대한 건축가들의 자성과 함께 건축물에 대한 건축주들의 인식 변화에 의해, 훌륭한 건축물이 많이 지어지고 아름다운 도시로 조성되어 후대에까지 물려줄 수 있는 ‘아름다운 도시 대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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