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기록관리도 숙성기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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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기록관리도 숙성기간이 필요하다

  • 승인 2007-07-25 00:00
  • 신문게재 2007-07-26 21면
  • 조윤명 국가기록원장조윤명 국가기록원장
▲ 조윤명 국가기록원장
▲ 조윤명 국가기록원장
현대 사회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스피드 시대이다. 속도혁명이 이미 우리시대의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부의 미래>라는 책에서 속도의 개념을 이용하여 각 집단의 변화와 혁신의 정도를 표현하고 있다. 그의 비유에 의하면 일반기업이 시속 100마일로 가장 빨리 변화하는 집단이라면, 시민단체(NGO)는 시속 90마일, 노동조합은 30마일, 관료조직은 25마일, 정치조직은 3마일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경영에서는 생각의 속도, 정보의 속도, 의사결정의 속도, 실행의 속도 등 스피드경영이 강조되고 있으며, 정보화 사회에서는 시간관리 전략의 중요성으로 시테크란 개념이 일반화되고 있다. 또한 교육에서는 선행학습이, 서비스에서는 퀵서비스가, 생활에서는 새벽형 인간이 대세를 이루는 실정이며, 하다못해 음식에서까지 한국식 패스트푸드인 깁밥집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골프장에서 가장 대우받지 못하는 사람은 슬로우 플레이어(Slow Player)라는 조크도 있다. 그만큼 ‘빨리빨리` 문화는 이제 한국인의 브랜드라고 할 정도로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얼마 전 친구들과 계룡산 등산을 다녀왔다. 평소 산행 후 대개 그렇듯이 그날도 땀을 식히기 위해 막걸리 집을 찾았다. 막걸리는 차게 해서 마시면 몸속 깊이 시원함을 느낄 수 있고, 발효식품으로서 건강에도 좋다. 게다가 마신 후 냄새도 예전과 달리 심하지 않아 최근 들어 새롭게 각광받는 술이다. 막걸리를 대할 때면 찐 밥과 누룩을 잘 혼합해서 온돌방 아랫목에 두고 ‘제삿날까지 제대로 숙성되려나`며 한번씩 들여다보시던 아버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막걸리는 효소가 발효되는 숙성기간이 지나야 제대로 빚어진다. 그런데 숙성기간은 막걸리 빚는 데에만 필요한 걸까? 새로이 수립된 정책이 그 효과를 내기까지에도 숙성기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주요한 국가적 정책이슈에서 벗어나 있던 국가기록관리 분야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은 참여정부의 혁신 결과이다.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자랑할 만한 공적을 후대에 전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기록을 남김으로서 적법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물론 투명성도 확보하게 되는 장점도 있다. 참여정부는 기록관리 관련 법령을 제ㆍ개정하여 제도를 완전히 새롭게 정비하고, 기록관리 시스템을 비롯한 기록관리 체계 전반을 확립했다.

그간 종이 중심이던 기록관리 체계를 전산시스템으로 바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음은 물론이다. 기록물의 내용도 결재된 문서 중심의 결과물만을 수집하던 관행을 벗고, 회의록이나 구술ㆍ녹취 등 의사결정 과정의 중요기록물도 수집하게 되었다. 또한 특별기관으로 다루어 오던 국가정보원, 육ㆍ해ㆍ공군, 외교부 등을 포함해 대통령 관련 기록물도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었다.

이와 더불어 방대한 기록물을 보존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설도 갖춰나가고 있다. 올해 말에는 성남시에 신축서고가 완공될 예정이며, 부산서고의 리모델링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또한 2012년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에 통합대통령기록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국가기록원은 정책결정 과정의 주요기록물 발굴을 위한 기록물의 재평가 작업, 주요회의 녹취 작업, 대통령기록관 설립 등 신설된 사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스피드 시대라는 세태 탓인지 또는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생활 패턴 때문인지 이러한 정책이나 사업에 대해 일부의 부정적인 지적이 있을 때마다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새로운 기록시스템이 정착되기까지는 숙성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지나친 주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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